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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an 11. 2019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알고 보면 나쁘지 않은 타기팅

소주 광고는 전통적으로 '요즘 핫한 여자 연예인'에게 모델을 맡긴다. 소주를 소비하는 메인 타깃이 남성이라는 이유다. 특히 최근 들어 영상 광고들은 담합이라도 한 마냥 광고를 보는 우리를 영상 속으로 집어 넣는다. 3인칭으로 광고의 내러티브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나를 보며 말을 건다, 자꾸 내게 술을 권한다. 같이 마시자고 하고, 술잔이 비었다고 한다. 이를 보는 여성 소주 유저(!)들은 어떨까? 소주 광고와 관련해서 모델을 섭외하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 젠더감수성이 풍부하지 않은 내가 봐도 그닥 유쾌하진 않다. 그렇지만 뭐 광고주가 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이런 시장에서 신선한 모델을 봤다. 바로 이 아저씨, 유시민 작가. 장모님 뵈러 목포에 내려 갔다가 가는 술집마다 떡하니 붙어 있는 유시민 작가의 포스터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물론 예전에도 남성을 광고의 모델로 택한 적이 있다. 강동원이나 박서준과 같은 미남 배우들을 기용해 여성 소주 유저들을 공략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는 미인계에 이은 미남계(?)의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시민 작가의 등장은 강동원이나 박서준과는 또다른 결을 지닌다.


이 아저씨가 가진 키워드를 보자. 중년 남성, 엘리트, 그리고 정치인. 물론 자신은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는다며 '작가'란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정치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다. 사실 광고에선 fact보다 어떻게 인상이 형성되어 있는지, 그게 더 중요하다. 그러니 이 광고에서 그의 키워드는 중년 남성, 엘리트 그리고 정치인으로 읽혀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이 키워드들은 현실에서는 주류main stream술말고...이면서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혐오성을 가진 단어들이다. '꼰대'라는 불편한 종족(?)과 상대적으로 가깝게 붙어 있는 단어들이다보니 생긴 안타까운 결과다. (잠깐, 가끔 난독증을 보이는 분들이 시비를 거는데 분명히 모든 정치인 중 엘리트이며 중년 남성은 꼰대다 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 시비는 잠시 넣어두시길.)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를 모델로 택한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단지 그가 보해의 사외이사라서? 요즘 TV에 많이 나오니까? 일단 이 사람이 가진 맨파워와 대중적 호감도를 우선 고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기심에 천년애를 주문해이미 여기서 성공했네 맛을 보니 그들이 왜 유시민이란 캐릭터를 모델로 기용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보해양조는 자신들의 제품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일단 첫 잔을 들이키는 순간 그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의 소리인 “캬하아~”가 저절로 나왔다. 그 소주가 목젖을 터치하고 넘어갈 때 나도 모르게작용반작용 나오던 그 의성어가 장모님 앞에서 불쑥 나와 버렸다.



순하디 순해진 요즘 소주와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다. 맛을 보고는 이 천년애의 타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이 소주를 소비할 사람은 과연 누굴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요즘 소주 맛이 밍밍하다며 푸념하는 정치에 관심 많은 남성이었다. 게다가 처음 한 병은 따로 얘기 주제가 없더라도, 아직 안주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 모델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아 요즘 정도면 안주없이 2병도 거뜬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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