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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un 20. 2019

검블유의 게으른 디테일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 대한 아쉬움

이 드라마의 첫인상은 내게 반짝 거렸다. 아무래도 업계 출신이라는 특성상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12년 네이버 실급검 이슈를 연상케 하는 첫회는 흡입력 있었다. 임수정이 내뱉는 대사들은 왠지 모르게 자꾸 울컥이게 만들었다. 네가 왜... 그의 대사들은 2011년부터 이어져온 뺑이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 시절의 날아다닌 선배들이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첫화가 끝나고부터 드라마는 완전 김빠진 맥주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처음의 반짝거림에 대한 기대가 남은 나는 한 주를 더 기다렸고 다시 결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탈이 아니라 ‘광고’ 때문에 사람 속을 뒤집는다. (왜 이 드라마는 내 커리어를 따라 오는가?!)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광고 촬영 현장에 메인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다. 펑크를 낸 것. 당연히 광고주 입장에서는 눈이 돌아가고 대행사 입장에서는 속이 타고 쥐구멍, 아니 달나라로 숨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그런 상황일지라도 어떤 광고주가 대행사랑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담당자를 부를 때 “대행사!”라는 호칭을 쓸까? 오히려 “야!”였다면 ‘상식적인 분노’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안된다...) 대사의 디테일이 매우 게으른 대목이었다.


여기서 대사들의 게으름은 끝나지 않는다. 영어 이름을 써본 회사에 다니는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그걸 저렇게 드라마에서처럼 한방에 모두가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술술 정해지지 않는다. 아니 안된다. 이름은 곧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다들 한번쯤은 ‘뭐하지?’라는 고민과 함께 머뭇거리는 게 보편적인 경험이다. 그런 인간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터치들이 전혀 없다.


그러나 결국 결정적인 한 컷으로 나는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거두게 됐다.

궁금 하십니까?


궁금 하? 엉? 저거 TVC라며? 골든 타임에 비싼 돈 주고 하는 거라며? 근데 저런 기본적인 맞춤법도 체크 안하며 라이브를?


세상에 마상에.

저런 기본적인 맞춤법 하나 제대로 검수 안하고 컴펌하는 광고주가 어딨는가? 아무리 일주일만에 찍은 광고라는 설정이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그 외에도 설정들이 너무 구멍이 숭숭이다. 굳이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이 떠오른다니 하는, 어디까지나 제작팀의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바로’와 ‘유니콘’에서 각각 특정 기업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창작의 결과물이지 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존중해줘야한다. 그래서 댓글에서 사람들이 따지는 “실제 네이버와 다른데요?”나 “포털 회사 로비에 저렇게 외국인이 관광지처럼 다니지 않는데요?”와 같은 창작자들의 판타지를 탓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러나 너무 안타까운 건 가상의, 창작의 결과물일지라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끄덕이게 할 수 있는 개연성과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설정이 필요한데, 이 드라마는 그런 디테일에 너무 무심하다. 대충이다.

제작진은 이러한 상식적인 여백들을 너무 쉽게 채워버렸다. ‘상상력을 가장한 귀차니즘’으로 말이다. 이런 부분들은 솔직히 업계 전문가들한테 자문을 받을 필요도 없고 그냥 꼼꼼히 자신들의 결과물을 스스로 챙겨봤어도 충분한 일이다.

자신의 게으름을 무책임한 상상력으로 채우지 말라는 무섭디 무서웠던 그분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고 싶다.


이래놓고 지금 엄청 열심히 보고 있는 나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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