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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an 24. 2021

토요일이 주지 못하는 일요일만의 매력

일요일 아침만이 주는 전통적인 여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그 여유는 분명 내 일상이나 경험에서 왔을 것이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다. 순간을 놓치기 아쉬워 눈앞에 펼쳐진 별것 아닌 풍경을 찍어본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는지 침대에 누운 채 이렇게 끄적거려본다.  


생각해 보면 물리적인(!) 여유는 토요일 아침이 더 나을 것이다. 내일도 쉬는 날이니까. 그러나 토요일 아침은 일요일 아침이 주는 그 느낌을 따라잡지 못한다. 그 이유에 대해 잠시 고민해 본다. 침대에서 몸을 90도 틀어서 머리를 매트리스 밖으로 꺼내본다. 이러면 피가 거꾸로 솟으면서 생각이 잘 난다. 


토요일 아침이 주지 못하는 일요일 아침만의 느낌이라... 대체 왜 그럴까?

단순히 주 6일제를 살았던 20세기의 끄트머리에 발 좀 담궈본 나이라서? 놀토가 오기라도 하면 방학이나 한 것처럼 설레던 기억이 잠시 스친다. 까마득하다. 그러나 지금 고민과는 상관없다. 패스-


음. 혹시,

일요일은 토요일이 가지지 못한 결핍을 가지고 있는 탓은 아닐까? 일요일이 가진 결핍은 바로 월요일이다.


일요일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장 괴로운 순간을 함께 떠올린다. 바로 월요일, 가장 정신없는 날.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시작으로 폭풍 같은 일정들이 쏟아진다. 다들 얼마나 주말 내내 전화를 하고 싶었던지 월요일만 되면 전화기가 쉴 틈이 없다. 게다가 야근은 왜 선택이 아닌 필수인지. 암튼-


그렇게 일요일은 월요일을 늘 달고 다닌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일요일 아침이 더 특별해진다. 곧 다가올 엉망진창의 시간과 가장 맞닿아 있으니까.   


그렇게 의문은 해결되고 나는 여전히 뒹굴거리며 일요일 아침을 즐기고 있다. 월요일이라는 신경쓰이는 녀석이 옆에 함께 있다. 그래도 지금을 나름 즐기고 있다. 그래서 일요일이, 특히 일요일 아침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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