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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지 않았다는 증명

by 신영웅

네이버를 퇴사하면서 세운 작은 목표(과정이라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할 듯)가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내가 지금 떠나는 이 곳에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사람이 되는 것. 그래야 퇴사라는 선택이 후회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이게 무슨 자격증도 아니고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다 솔직히 개인이 신청만 하면 등록이 되는 것이다보니 크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냥 상징적인 의미로다가. (왜 강아지들도 영역 표시는 하지 않나?) 게다가 유명해지자, 성공하자 하는 식의 거창한 목표나 의미도 아니었다. 솔직히 그럴 깜냥도 아니고.


다만 내가 하는 일을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인정해주길 바랬다. 그래서 내가 ‘틀린 사람’이 아니란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내게 틀렸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로 인해 아들 잘못 키운 무책임한 어머니로 오명을 쓴 그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싶었다. 특히 이건 인정 욕구에 목마른 애정결핍자인 내게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게다가 솔직히 이름이 특이해서 상대적으로 쉬울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일단 프로야구 선수로 시작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성인영화 배우가 된 신영웅이 있었다. 이 스토리를 어찌 이긴단 말인가?! 그가 좀 잠잠해지자 새로운 호적수가 생겼다. 바로 오버워치의 ‘신영웅’. 근데 이건 그야말로 넘사. 지금도 신영웅(캐릭터)이 추가될수록 나는 보이질 않게 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축구선수 신영웅까지-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도 하고, 성격이 급해서 실수도 하고, 성품이 못나서 상처도 줬지만 그래도 차곡차곡 증명해 나갔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정리해 나갔다. 그렇게 퇴사하고 5년이 지난 지금 이제야 서여사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나 1번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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