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가 활성화됐습니다
그동안 숨겨왔던 부캐를 드디어 세상에 공개했다. 바로 웹소설 작가다. 원래 글을 쓰고 싶어 국문과를 갔다. 그러나 정작 학교에 가니 시든 소설이든 글 쓰는 데 있어 날아다니다 못해 워프를 할 정도의 글빨을 지닌 이들이 너무 많아서 일찌감치 포기하고 마케터의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마흔을 앞두고 뽐뿌가 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브랜드 말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 그래서 나이차가 10살이 넘는 이과생을 섭외해 팀을 만들고 반년 정도 차곡차곡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작품을 세상에 공개했다.
사실 마케터가 웹소설을 쓴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마케팅 관련 얘기나 회사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도 물론 처음에는 그런 쪽으로 고민을 했었다.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동시에 쓸 이야기도 풍부할 테니. 그러나 부캐를 본캐와 섞고 싶지가 않았다. 철저하게 부캐는 부캐로서 독립시켜주고 싶었기에.
그래서 나의 선택은 역사 미스터리.
기본적으로 '서울'이나 '한양'보다 '경성'을 좋아한다. 아픈 역사 속에서 빚어지는 그 다양한 감정들은 내게 늘 영감을 준다. 단순히 식민지 상황에서 폭력 앞에 당해서도 아니고, 아파서도 아니고, 치욕적이어서도 아니다. 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감내해 준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는 생각에 그 시대를 버텨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의 이야기를 늘 쓰고 싶어 했다.
글의 분위기에 맞는 필명이 필요했다. 고민 끝에 결정한 것은 '달성서가', 필명인 동시에 팀명이다. 운명적이게도 나와 동료의 어머니 모두 달성 서씨들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이름보다는 어머니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의미로 어머니들의 이름으로 활동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글을 시작할 것인가 였다. 개인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첫 작품의 첫 줄일 테니 말이다. 한참을 돌고 돌아 결국 결정한 문장은 PPL이었다. 철저히 마케터다운 선택이었다. 그리고 친정에 대한 애정도 함께 담았다. (네이버 보고 있나?)
원문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Push
2061년을 사는 현재와 너무 멀지 않은 미래인이 1909년의 경성을 오는 설정을 극대화 하기에는 AI만 한 게 없었고, 기왕 하는 거면 클로바(Clova)를 선택하고 싶었다. 문제는 시작을 PPL로 했더니 원고를 써 나가면서 끊임없이 PPL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직업병이 발동하는 순간이다.
허나 과유불급, 완급조절을 하기 위해 모든 아이디어를 눌러 담는다. 지금은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래도... 광고주가 생긴다면 언제든 마케터 겸 작가로 에너지를 집중(?)할 준비가 되어 있...
막상 오픈을 했는데 사람들에게 외면받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아직 첫날이지만 공모전 출품작 중 미스터리 분야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달성했다. 장기 레이스이기에 더 두고 봐야겠지만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꽤 쓸만한 부캐로 성장할 수 있을 듯.
본캐는 어디까지나 공공기관 직원이지만, 브런치에서는 마케터로, 웹소설에서는 소설가로 열심히 써 내려가고자 한다. 오늘부로 나의 새로운 부캐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Lv.1
진행 중인 작품이 궁금한 분은 미래에서 돌아온 그림자로 가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