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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Jun 01. 2021

빠다 냄새나는 형의 이유 있는 잘난 체

책리뷰_후크 포인트

바쁜 이들을 위한 요약!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계속 끄덕이게 된다? 

당신은 마케팅 쪼렙!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계속 갸우뚱거리게 된다? 

당신은 마케팅 만렙!


추천하냐고? 당신이 마알못이라면 추천! 당연하지만 중요한 포인트가 많다. 물론 다른 책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출판사 윌북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신간이 나오는데 관심이 있냐고. 나에게 윌북은 책표지를 예쁘게 만드는 출판사 중 하나기에 그놈의 수집욕이 발동, 일단 받았다.


그리고 책이 도착했다.


흠~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개인적으로 '예쁜 쓰레기'를 모으는 것이 삶의 낙인 사람인지라 살짝 아쉽더라.


첫만남이 유쾌하지 않은 탓인지 초반부의 내용은 껄끄덕거리는 게 많았다. 저자에게 계속 화를 냈다. 짜증을 냈다. 독서란 모름지기 저자와의 대화 아니겠는가? 


후크 포인트라는 자신만의 개념을 가지고 왔다면 그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definition)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설령 학자가 아니더라도. 그러나 읽다보면 개념 정의가 모호하고, 약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답답해서 책을 다 읽고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기까지 할 정도였다.

* 브렌던의 이야기를 조각조각 모아모아 겨우겨우 정리해 본 후크 포인트의 정의: Positive awakening of awareness(인식의 긍정적 환기... 낚시질 아니고.)

그렇지만 그가 단순히 낚시질과 후크 포인트를 구분하려는 노력에서 이 책은, 후크 포인트라는 개념은 시사점이 존재한다. 관심을 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타깃에서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말은 맞는데, 결국 이를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쉼없이 빨간펜을 들어가며 읽었는데, 무엇보다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기업이나 서비스의 성공이 마치 후크 포인트만으로 이뤄지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넷플릭스의 성공이 어떻게 그들의 후크 포인트(그가 주장하는 넷플릭스의 후크 포인트는 무연체료)만으로 성공했겠는가? 적절한 고객 대응과 유저 유입을 위한 추가 서비스 개발, 콘텐츠 제휴 및 제작 등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의 노력이 맞물려 성장한 것일 텐데. 사실 본인도 아닌 걸 알 것이다. 다만 자신의 주장을 보다 강력하게 어필하기 위해서, 책을 팔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억지는 특히 2장이 심하다. 2장은 스킵하고 읽어도 된다는 이야기

 

게다가 묘하게 거슬렸던 게 바로 은근히 깔려 있는 잘난 체. 이는 나 역시 잘난 체를 즐기는, 그와 같은 부류의 인간이라 더 눈에 잘 띄는 걸 수도. 잘 나가는 누구랑 밥 먹고 누구랑 친하고 이런 거는 '겸손한 척' 해야 하는 나의 정서(ㅋㅋ)상 불편하게 다가왔다. 역시나 빠다 냄새나는 형은 달랐다.  


그러나,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미덕을 가진 언어가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은 못 읽을 책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개념들이 체계가 안 잡혀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뒤로 갈수록 그가 하는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그가 주는 인사이트가 스스로 몸빵으로 일궈낸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어디서 배워서 정리한 것이라기보단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물이기에 설득력을 가진다. 설명은 잘 못하지만 계속 반문을 하다보면 다 맞는 말인 선배가 주위에 한 둘쯤 있을 텐데, 이 형도 그런 형 같다. 조금 인내심을 갖고 집중하면 얻을 게 많은 형이다.


중요한 것은 처음 3초 동안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떤 미해결 상황을 만들면 된다.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3초가 지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저 사람이 장사를 한다는 느낌이 들면 있던 관심도 싹 사라진다. 그런 것은 강한 후크 포인트가 못된다. 그러니까 고객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든 상황에 통하는 만능 공식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직접 검색하고 테스트하고 배워야 콘텐츠에 가장 잘 맞는 후크 포인트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이야기는 나 역시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감히 진리라고 믿는 것과 같은 맥락을 갖기에 끄덕이게 된다. 당연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일할 때는 까먹거나 관성적으로 하다보니 지키지 못하는 것들을 짚어준다. 초반에는 잔뜩 뭔가 있을 것처럼 약을 팔아놓고 요렇게 꼬리를 살짝 마는 게 좀 걸리긴 하지만



이 '당연'이 어쩌면 이 책의 힘이지 않을까?

뻔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는 이 뻔함을 지키기 위해 마케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본기에 대한 설명을 충실하게 한다. 이는 읽는 이의 업력이나 마케팅 근육 정도에 따라 꿀팁일 수도, 반대로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잠재적 고객이나 고용주와 대화할 때는 기본적으로 "저에게 일을 주세요"가 아니라 "제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라는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이런 멘트를 할 수 있는 것도 그가 클라이언트와 수없이 미팅을 하며 거절당하고 깨진 후 얻은 경험일 것이다.


그제야 저자를 검색해본다. 그가 했던 일들을 찾아본다. 그도 나처럼 너저분(?)하게 일을 벌이는 사람 같아 보인다. 가리지 않는다. 유무형의 다양한 브랜드를 첫인상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날 것처럼 들리지만 그의 과정은 얕지 보이지 않는다. 그가 유명한 사람들과 일해서? 큰 프로젝트를 맡아서? 그것보다는 그가 주는 팁이라는 게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기에 그렇다. 어디서 들어서 아는 게 아니라 직접 해보고 들려주는 얘기 같아서. 물론 그것이 일반화 되거나 진리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그는 자신이 아는 걸 잘난 체 하며 최대한 쏟아내려고 한다. (확언이 아닌 추측성으로 쓰는 이유는 여전히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 한 권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기에.)


처음의 짜증이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는 많이 누그러들었다. 초반에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왜 그렇게 그에게 짜증을 냈을까?

그러고보니 어느 덧 이 분야에서 일한 게 10년이 넘었다. 밥벌이 12년차가 됐다. 마케터로서 아직 갈 길은 멀고, 배워야 하는 것과 알아야 하는 것도 많고, 더 잘하는 사람들 보며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게 여전히 일상이지만, 알게 모르게 내 몸에 붙은 마케팅 근육이 저자의 이야기에 반응을 한 것은 아닐까? '이거 누가 몰라? What 말고 How를 달라고!' 라면서.


그러나 이 마케팅 근육들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How란 놈은 공식처럼 존재하지 않는 다는 걸. 대신 다양한 이들의 케이스를 통해 마케터들은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후크 포인트라는 것은 기술이나 컨셉이 아니라 마케터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마음 세팅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이 잘난 체 하는 형이 밉지만은 않아 보이게 된다.


이제 덮고 집에 가자. 카페 사장님이 싫어하겠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세상에는 모든 이를 위한 프로덕트란 건 없다는 걸 마케팅 일을 하면서 깨달았다. 동시에 쓸모없는 프로덕트도 없다는 것도. 어떤 물건이든 주인을 잘 찾아가면 제 가치를 충분히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좋은 주인을 만나길 바란다. 잘못 찾아가지 않기를-


For you 마케팅 공부를 이제 시작하는 학생, 마케터를 꿈꾸는 취준생, 마케터로 포변하려는 실무자, 마케팅도 해야하는 마알못 실무자(...화이팅)

Nor for you "마케팅 못해먹겠네"란 말을 달고 사는 시니어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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