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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웅 May 16. 2018

결국, 이렇게 됐네요

하늘 같은 남편과 우주 같은 아내의 빅뱅 같은 일상 #1

일시: 2018년 6월 23일 (토) 저녁 6시반
장소: 더 클래스 청담 (청담동 82-4번지)
주차: 한남주차장 주차 후 셔틀차량 탑승
문의: 02)516-3636

장소를 클릭하시면 지도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 참고로 저희는 실물 청첩장이 따로 없습니다. 청첩장에는 꽤 두꺼운 고급종이들이 쓰이는데 저희도 많이 받았지만 매번 처리가 곤란하더라고요. 모으기에는 짐스럽고,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이벤트인데... 버릴 때는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따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만나는 분들께 조심스레 도장(?)을 찍어드리고 있으니 수첩을 가지고 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손목에라도?!




평생 혼자 살 것만 같았던 저희가 결국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만났다 헤어졌다 일도 많고 탈도 많고 치열한(?) 시간이었죠. 그래도 결국, 이렇게 됐네요. 치열했던 시간만큼 앞으로는 행복하게, 그리고 저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갈테니 직접 오셔서 저희의 다짐에 힘을 보태주세요.


아래는 저희의 웨딩사진입니다. 따로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았어요.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즉흥적으로 찍은 사진이 우리의 지난 몇 년을 요약한 것 같아 그냥 서로 딱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웨딩 사진에 필수로 등장하는 것이 없네요?!



그렇습니다. 저희의 웨딩사진에는 그 흔한 웨딩드레스가 등장하지 않아요. 그럼 예식당일에 볼 수 있는가?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을 기대하신 분들께도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려요. 사실 저도 신부의 드레스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가 됐지만 본인이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드레스가 없는 결혼식이 될 것 같아요. 저 역시도 따로 예복을 하지 않고, 평소에 제가 입던 옷을 깨끗하게 입을까 합니다. 그럼 대체 신부가 어떻게 입고 나오냐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당일날 식장에서 직접 확인을 하시면 될 거예요!  


이렇게 초대장을 직접 쓰면서 둘이 함께 했던 사진들을 오랜만에 찾아봤습니다. 죄다 셀피더라고요. 신부는 잘 나온 사진만 올리라고 하는데 그냥 제가 좋아하는 신부의 모습 위주로 쫘락 올립니다.


저는 이렇게 화장하지 않고 그냥 여행 다닐 때가 가장 예뻐보이더라고요.


저희는 카페에서 이러고 노는데요~


만날 제 얼굴만 크게 나온 것 같아 이렇게 앞으로 밀어도 결국 저만 오징어가 되더군요...


(이렇게 오징어가 될 바에 그냥 같이 죽자...는 심정으로...후우...)


그래도 저는 신부가 웃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 날도 저희가 싸우지 않고 가장 길게 하루를 보낸 날로 기억해요. 제가 신부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제 앞에서 웃으면 저는 무장해제가 되는데, 이걸 알면서도 이용하지 않는 그는 대쪽같은 신부입니다. 그래서 저 웃음을 저도 그렇게 자주 보진 못해요, 아쉽게도.

 

예쁘죠? 이런 모습은 저도 '사진'으로만 봅니다.


저희는 진짜 많이 싸우지만, 놀 때는 진짜 잘 놀죠. 제 감정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매번 갱신하는 그런 대단한 분입니다. 캡사이신 같은 매력이 있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너무 잘 알기에 큰 기대를 품는 대신 서로 봐주며 살아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살아보는거죠 뭐. 인생 별 것 있을까요? 



지난 몇 달동안 즐겁고 의미있는 결혼식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했어요. 플래너없이 직접 하느라, 게다가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서 정신없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함께' 즐기기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식'이라기 보다는 '잔치'로 생각하고 준비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토요일 저녁에 봬요.




사실 이걸 보낼 때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워낙에 작은 규모의 결혼식을 준비하다보니 어떤 분들에게 이 초대장을 드려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게다가 요즘 워낙에 일하느라 소원해진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께는 한동안 연락도 없다가 보내야하나, 그래도 괜히 모르고 넘어가시면 섭섭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당신께 이렇게 초대장을 보냈다는 것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자주 보는 사이거나, 한 때 함께 학교나 직장을 다녔거나, 엄청 술을 퍼마셨거나, 일 하면서 쌓은 '사회적 우정'이거나... 어떻게든 한 때 우리는 잠깐이라도 각자에게 의미가 있었던 사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시간도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이잖아요. 저희도 워낙에 결혼식에 많이 다니다보니 곤란하고 불편할 때가 많더라고요. 가긴 가야하는데 일정이 바쁠 수도 있고 막상 가기엔 조금 상황적으로 불편할 수도 있죠. 저희도 그 마음 다 알기에 부담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초대장을 보내니 꼭 당일에 오시지 않으셔도, 그냥 축하의 마음만 담아 연락 한통만 주셔도 감사할 것 같아요.


한 때 우리는 잠깐이라도
각자에게 의미가 있었던 사이


6월 23일 토요일 늦은 6시 30분, 앞으로 저희 앞에 벌어질 쉽지 않은 여정에 작은 가르침과 덕담을 해주셔도 되고 박수로 축복을 빌어주셔도 좋습니다. 오랜만에 얼굴 한번 봬요. 저희가 함께 문 앞에서 맞이하겠습니다.


신부 최가희, 신랑 신영웅 드림




아! 그리고 저희도 그런 적이 많았는데... mutual friend가 없어서 축의금 때문에 당황하거나, 친구들한테 토스하느라 정신없었던 경험 다들 있으시죠? 그래서 더이상 친구들에게 토스하지 마시고 '토스'하세요. 토스 PPL 아님 네이버페이, 카카오뱅크도 모두 열려 있습니다.


신부 최가희 010-5495-3993

신랑 신영웅 010-9775-0897


결혼 안할 줄 알았던 신부가 결혼을 한다고 밝혔더니 이렇게 회식 자리에서 급 공연이 이루어질만큼 신랑은 큰 일(?)을 한 귀인으로 기억될 것입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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