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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에서 여름보내기, 근교 호수들

흔한 뮌헨의 여름이야기 3

by moonworks

뮌헨의 여름, 그리고 호수의 낭만

내가 뮌헨에서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다. 큰 도시라기엔 뭔가 작고,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뮌헨의 매력은 서서히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이제는 이곳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뮌헨의 여름은 그 매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호수에서의 수영, 영화 속 장면의 실현

한국에 살 때는 호수에서 수영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은근히 그런 로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군인이 호수에서 수영을 즐기던 장면을 본 ‘Band of Brothers’ 시리즈가 그 계기였다. 언젠가 그런 호수에서 수영을 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마음 한편에 품었다. 뮌헨으로 이사 온 뒤, 내 여름 일상은 그 다짐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영화 속 배경은 아니지만, 뮌헨 근교에는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호수들이 너무나 많다.


Chiemsee, 바다 같은 호수

여름 주말, 친구 다섯이서 1박 2일 렌터카 여행을 떠났다. 뮌헨에서 잘츠부르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정. 그 중간에 들른 곳이 바로 킴제(Chiemsee)다. 뮌헨에서 차로 약 50분을 달리면, 마치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물은 너무나 맑고, 그 크기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공공 수영장이 있어 입장료를 내면 호수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었다. 잔디밭에 옷을 벗어두고 곧바로 물로 뛰어들었다. 호수 물은 차가운 공기가 느껴질 만큼 시원했고, 몸에 닿는 순간 온몸의 열기가 한순간에 식었다. 바다의 짠물이나 수영장의 인공적인 느낌과는 전혀 다른, 자연 그대로의 청량함이었다. 열심히 물놀이를 하고 샤워를 마친 후 다시 차에 올랐다. 친구들과 다짐했다. "내년 여름엔 다시 오자."

뮌헨의 여름, 근교 호수들

킴제에서 친구들과 함께


Starnberger See, 냉장고 물 같은 청량함

여름날의 일요일, 이번에는 뮌헨 남쪽의 슈타른베르크 호수(Starnberger See)로 향했다. DriveNow에서 차를 빌려 30분 남짓 시골길을 달리자 산으로 둘러싸인 길고 잔잔한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펴고 누웠다. 몸이 나른해질 때쯤, 가지고 온 튜브에 바람을 넣고 호수로 들어갔다. 이곳의 물은 유난히 차갑다. 바깥 온도가 아무리 뜨거워도, 물속에서는 마치 냉장고에서 막 꺼낸 생수처럼 서늘하다. 수영을 하다 나오면 몸이 데워지고, 다시 물에 들어가면 식는다.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호수의 여름을 만끽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이 모두 한데 모여 이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여름은 역시 호숫가지." 그렇게 노곤해진 몸으로 다시 뮌헨으로 돌아왔다.


뮌헨 시내 호수들

차를 타고 갈 필요 없이, 뮌헨 시내에도 작은 호수들이 있다. 그중 내가 가본 곳은 Feldmochinger See와 Lerchenauer See다. Feldmochinger See는 바비큐를 즐기며 수영을 할 수 있는 인기 있는 곳이다. 한쪽에서는 바비큐 연기가 피어오르고, 반대편에서는 누드로 태양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 독특한 조화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그냥 뮌헨 여름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Lerchenauer See는 회사에서 자전거로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여름날 오후, 동료들과 함께 퇴근 후 이곳으로 자주 향한다. 회사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맥주와 라들러를 들고 호숫가에서 대화를 나누며 수영을 즐긴다. 해가 길어 오후 6시에도 충분히 밝은 뮌헨의 여름. 해가 천천히 저물며 붉은 석양을 만들 때, 우리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집으로 향한다. 선선한 저녁 공기가 얼굴을 스칠 때, "뮌헨의 여름은 참 좋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뮌헨에서의 여름은 언제나 호수와 함께다. 그리고 그 호수들은 단순히 수영을 하는 곳이 아니라, 내게는 여름의 낭만과 힐링의 공간이다. 뮌헨의 호수를 모두 다 둘러보는 게 나만의 여름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혹시 뮌헨에서 여름을 보내게 된다면, 이 호수들을 꼭 한 번 찾아보길 권한다.


뮌헨 도심의 호수들

더 많은 호수 정보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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