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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에서 여름보내기, 이자르강

흔한 뮌헨의 여름이야기 2

by moonworks

내가 뮌헨에서 살게 되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처음 이 도시로 이사를 왔을 땐, 사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큰 도시라기엔 조금 작고, 어디엔가 답답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뮌헨은 참 살기 좋은 도시라는 걸 알게 됐다. 도시의 크기와 상관없이, 이곳은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자연이 어우러진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그 매력의 정점은 단연코 뮌헨의 여름이다.


The Isar, 뮌헨의 강

뮌헨을 가로지르는 강 이자르(Isar). 멀리 오스트리아 인근 알프스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도시를 관통해 흘러 도나우강으로 이어진다. 겨울에는 강변을 따라 조깅하거나 산책하기에 좋지만, 여름이 되면 이자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이자강은 뮌헨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장소다. 점심시간,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이르기까지, 강 주변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은 한여름에도 차갑게 흐르고, 유속이 빠른 강에서는 보트를 타고 물 위를 흘러가는 사람들과, 강가에 누워 햇볕을 즐기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강 옆으로 이어진 자전거길과 산책로는 언제나 활기로 가득하다.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름을 만끽하고 있다.


강에서 만난 여름

햇살이 한창 뜨거운 날, 스쿠터를 강변에 세워두고 이자 강으로 향한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비치타월을 펼치고 앉는다. 몸이 태양 아래 충분히 달궈졌을 때쯤, 차가운 강물로 뛰어든다. 처음 발을 담그면 시원함을 넘어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곧 빠르게 흐르는 물살이 몸을 상류에서 하류로 밀어낸다. 자연에 몸을 맡긴 채 흘러가다 보면, 강물이 주는 해방감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하지만 물살이 꽤 빠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내려갔다 싶으면 강가로 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물살을 힘껏 이겨내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처음 시작했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물길을 따라 걷는다.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게 바로 뮌헨의 여름이구나.' 이자 강변에서 흘러가는 물소리를 배경으로, 하늘 멀리에서 해가 천천히 저무는 장면을 바라본다.


뮌헨에서 보낸 여름은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다. 처음엔 그저 작은 도시처럼 느껴졌던 이곳이 이제는 내게 너무나 큰 여유와 행복을 주는 곳이 됐다. 뮌헨의 여름은 그런 도시다. 아무것도 아닌 듯 지나가지만, 뒤돌아보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기는 곳.

이자르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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