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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 Sep 06. 2021

어쩌다 여기까지 왔냐면

나를 울리는 나



1.


마음을 다듬었지

글을 쓰려고



숨을 천천히 들이쉴 때

새어드는 기억들 



아프지 않도록

종이 위에 적었어








2.


처음엔 A와 B를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였어

A가 B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지


그런데 A는 자꾸만 C가 되어서

B는 영영 불가능해보였고

급기야 과연 나는 A였던 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한 거야


여기까지 오느라

막아놓았던 문제들이

우르르 쏟아져버렸지


털레털레

이렇게 나 자신도 어려운데

어떻게 함부로 널 이해하겠어








3.


내가 가진 것들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지 못하는 생각, 말들에 주어와 목적어가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 그런 이유로 삶을 정리하려는 사람에게 붙는 삶의 가속도라는 것이 있는 것 같아. 가령 너무 많은 책을 읽어서 정작 중요한 문장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도 정작 보고싶은 사람의 곁에 없다는 생각,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어도 정작 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점차 잦은 빈도로 삶에 떠올라서, 삶을 멈추어야 하는 사람들. 삶이 지나간 흔적과, 삶이 지나간 열기. 무엇이 그토록 뜨거웠는지. 지금 내 마음 속 연소되고 있는 기억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글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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