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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주히나 HEENA Jan 03. 2023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라는 마음가짐

해외에서 디자이너로 살기-Ep.02

 Fake it till you make it


될 때까지 그런 척 하기. 이 문장은 호주를 포함한 서구권에서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자, 내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야 할 때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있고, 그 디자이너들의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지금 나의 실력이 다른 디자이너의 실력에 한참 못 미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불러야 한다.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사람한테 디자인을 맡기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먼저 '나는 전문가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해외취업 면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

특히 호주에서 취업을 원한다면, '자신감'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처음에 이 문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이거에 대해서는 빠싹하게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왠지 '잘난 척'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겸손'은 모두에게 필요한 미덕이고, 너무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니까.


하지만 호주는 다르다. 호주의 기업들은 자신감 있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내세울 줄 아는 사람을 선호한다. 내가 무엇에 강점이 있고, 내가 얼마나 디자인을 사랑하고 잘하는지, 이 분야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에 대해 강력하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너희 팀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해도, 나는 내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 설령 내가 경력, 학력 그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더라도, '나는 너희가 찾고 있는 이 롤(role)에 그 누구보다 알맞은 사람이 나라고 확신해'라는 마인드. 그런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자신감 있다 ≠ 겸손하지 않다

자신감 있다는 말과 겸손하지 않다는 말은 확연히 다른 말이다. 나는 한 때 이 두 말이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내 주변의 많은 자신감 있고 겸손까지 겸비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 두 말은 서로 다른 의미라는 것을 실감했다. 내가 느낀 '겸손함'에는 '관대함'이 함께 있었다. 자신감과 겸손함을 겸비한 사람들은 본인의 의견을 명확하고 자신감 있게 밝히는 동시에, 내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것을 받아들여서 더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내 의견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

내가 한국인 클라이언트들과 일할 때 제일 많이 하는 말은 '네', '말씀하신 대로 수정해 보겠습니다'이 2가지이다. 내 의견보다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반영해줄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클라이언트가 내놓는 의견이 너무 이상한 의견이어도, 일단 반영해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내 의견을 내세우는 게 의미가 없어져서 점점 의견을 내세우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하기를 원하신다면 말씀하신 대로 진행해 드리겠습니다.'가 내 단골멘트였다.


하지만 호주나 서구권 문화는 다르다. 무언가 안건이 올라오고, 주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내 의견을 기다린다. 무조건 내 의견에 맞춰서 가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의 '말' 자체를 기다리는 것이다. 내가 말하고 나면 내 말에 맞춰 진행을 할 수도, 그 의견은 잘못되었다고 반박을 할 수도 있다. 다들 의견을 내는 와중에 내 의견은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하여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 진행하자'라고 말했다가는 '그래서 니 의견이 뭐야? 왜 정확하게 얘기를 안 해?'라는 핀잔 섞인 동료의 컴플레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디자인'의 전문가이다. 어떤 주제이든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것이 왜 좋고 나쁜지에 대해서 '디자인'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이게 더 예쁘잖아!'라는 말은 당신의 동료를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당신의 그 회사의 '디자이너'라는 롤을 맡고 있고, 그 롤에 맞는 의견제시와 방향제시가 필요하다.



내가 실제 '전문가'라고 불리기에 한참 모자라는 실력이었을 때도 '나는 전문가다'라는 주문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전문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디자인 인사이트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게 되고, 어떤 주제이든 디자인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한번 더 사고회로를 돌리게 된다.


당신이 정말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디자인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고 해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디자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보다 0.0001 만큼은 그 분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나. 자신감을 가져라. 그리고 그 자신감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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