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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예뻐서

오리가미 드리퍼

by 피터

그냥 예뻐서 위로가 되는 물건이 있다.

꽃이 핀 거 같은 모양.

파스텔톤 색깔도 가지가지.

핸드드립세트를 검색하다,

유명 바리스타가 이 드리퍼로 어느 유명한 드립커피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했다.

그래서 사긴 했지만, 예쁘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 물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물을 끓인다.

끓인 물을 드립용 포트에 옮겨 담는다.

포트의 주둥이는 예쁜 곡선이다.

꽂아둔 온도계가 가르키는 물 온도는 대략 80도.

캠핑용 컵(p.000 방구석에서 자연을 품다에 나온 그 컵)에

드리퍼를 올리고 1컵 분량의 원두를 담는다.

우아하게 포트를 들어 차분하게 물을 붓는다.

첫 물에 원두가 숨 쉰다.

매일 눈 뜨고 나서의 리추얼.

하루의 시작만큼은 우아한 몸짓으로 개시한다.


하늘색 오리가미 드리퍼.

핑크는 아직 사지 않았다.

기능이 뛰어나다거나, 내린 커피의 맛이 탁월하다거나.

그런 건 잘 모른다.

오늘도 애쓸 나를 위해,

출근 전의 주문을 외며,

그냥 예뻐서 샀다.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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