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생 소리야나기 주전자
주전자 "답게"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전자.
어린이들애게 집을 그리라고 하면 삼각형 지붕에 사각형 틀의 집을 그리곤 한다.
우리들의 오래된 마음 안에 간직된 안정적이고 따뜻한 집의 형태.
아마 주전자를 그리라고 하면, 이런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이 주전자를 꽤 오래전에 샀다. 10년은 더 된 물건.
물을 끓이는 용도라 세척은 자주 하지 않아 군데군데 세월의 때가 묻었다.
그래도 지금껏 어디 하나 고장난 적 없다. 손잡이 고무가 헐거워진다거나 나사가 빠져 삐걱댄다거나,
뭐 매일 쓰는 물건이라면 한 번 쯤 잔고장날텐데, 그런 속 한 번 썩인 적이 없다.
어디 잡지인가에서 보고 샀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미니멀리즘' 혹은 '뉴노멀' 이런 트렌드에 딱 맞는
주전자라 소개했던 것 같다.
세월 따라 브랜드를 잊었는데, 일본 주전자라고 치니, 소리야나기라고 딱 뜬다.
여전히 인기인가 보다.
소리야나기 주전자를 두고는, 예쁘다, 튼튼하다, 어디에나 어울린다, (바닥이 넓고 평평해)잘 끓인다,
몸통이 넓어 세척하기 쉽다, 물은 펄펄 끓어도 손잡이는 안 뜨겁다, 주둥이도 뭉툭한 게 잘 따라진다 등
모양부터 기능까지 다들 칭찬이다.
요샌 하도 예쁜 디자인이 많아 이 주전자가 예쁜지는 모르겠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쓸수록 예쁘다고들 한다. 볼매(볼수록 매력)가 있지만, 무릇 자주 쓰는 물건이라면
'쓸매'(쓸수록 매력)가 상위다. 가족들 마시라고 매일 보리차 끓이는 엄마들의 부엌에 꼭 두고 싶은 물건이다. 마음이 가니 참 예쁜 주전자다. 그냥 예쁘게 나온 주전자들이 뒤로 밀린다.
1994년생, 소리야나기 주전자.
나도 너처럼, 쓸수록 매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딘가에 툭 놓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툭 던져도 좀체 나사 하나 풀리지 않는,
오래되도 단단한 주전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