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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반복

다이소 눈썹 손질 세트

by 피터

지방출장을 오고나서, 눈썹 문신(디자인이 세련됐지만)을 했다.

오기 전에도 눈썹이 단정치 않으면 일신이 안 좋다고 해서,

그 말을 몇 번 들었더니 거울에 비친 눈썹이 잘 가다가 툭 끊기는 게 보이고,

단정한 눈썹에 일이 잘 풀린다고 해서,

눈썹 디자인을 했다.

눈썹에 마취를 하고 10분 정도 대기하다,

베드에 누워 20~30분 눈썹 문신을 했다.

"아주 예쁘게 나왔네요".

디자이너가 손거울을 들어 보여준 새 눈썹은,

처음이라 너무 진해 짱구인줄 알았다.

다음 날 출근하니 다들 흘깃거리고,

외향적인 누구는 대놓고 물어본다.

"문신 했네요".

1주가 지나니 물이 빠져 적응이 된다.

단정해지고 나니, 흠, 심란한 일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태어난 모양에 손 대면 부정 탄다는 게 이런 꼴.

그래도 되돌릴 수 없으니 단정함은 유지해야 했다.

자라는 눈썹이 단정함을 해칠까봐

다이소에 들러 눈썹 손질 세트를 샀다.

눈썹 가위, 뽑기, 면도기 등 한 세트가 3000원.

2주에 한 번 꼴로 자란 눈썹을 다듬는다.

단정한 반복.

계속 단정하면 언젠가 들었던 운이 들어옴을 생각하며,

불편한 마음 대신 단정한 일만 생길거라 기대하며,

삶은 나를 가만두지 않고 흐트러트리지만,

나대로 단정한 반복을 잊지 않는다.

눈썹 가위로 단정한 손질을 반복하며,

힘들때일수록 나 자신은 단정해지기로 한다.

돌아보니, 그렇게 버텨와 이만큼 단정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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