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 없는 에코를 찾아라
앞서의 글, <설거지를 하다가-이만한 클리어 타임은 없다>를 읽으신 분들은 오해할만한데,
설거지는 좋지만, 분리수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같은 클리어 타임인데 왜 하나는 좋고, 하나는 싫냐고요? 글쎄요, 짬뽕이냐, 자장면이냐의 난이도 높은 질문만큼 취향 문제일까요. 여하튼 분리수거는 귀찮습니다.
요즘 더 귀찮아졌어요. PET병 투명하게 분리하기 때문인데요. 붙여진 라벨 떼야하고, 안 투명한 페트병은 따로 버려야 하고,,,,
저는 분명, 투명 vs 혼합 vs 라벨 vs 무라벨 플라스틱 페트병 분리 시대의 부적응자입니다.
친환경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친환경을 왜 개인한테 다 시키느냐, 에 관한 저항 혹은 분노? 랄까요. 이를테면 정부가 할 일을 만만한 시민한테 다 맡기는 것 같은 불온한 느낌?!!
친환경이 정말 중요하고, 분리수거 안 하면 과태료를 물린다며 떡하니 경고할 범법 사항이라면,
정말 그런 시대적 상황이라면,
페트병 만드는 업체 다 모아놓고, 이제부터 다 투명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사회적인 친환경 약속을 이행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는 분리수거의 귀찮음을 위로하지 않고 방관을 넘어 책임을 묻는,, 어떤 정부라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투명 패트병에 붙어 분리하다, 결국 반만 찢어진 페트병 앞에서, "시민 불복종"을 선언합니다.
그 일상의 행동강령은 아래와 같습니다.
라벨 떼고, 투명 페트병 분리하고, 이전이면 3분이면 될 분리수거를 1분은 더 고생해 마친 뒤,
시원한 물이라도 들이켤 겸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편의점 냉장고 안 저 수많은 음료 중에 여러분은 어떤 걸 고를 건가요?
분리수거를 마친 날의 선택은 분명합니다.
좌측 맨 하단, 라벨이라곤 찾을 수 없는, "찬란하게 " 투명한 생수가 보이시나요?
(아는 분은 아는 브랜드일 텐데, 친환경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매출도 늘고 호응도 늘었답니다. 맨날 마케팅, 에쓰지 ESG
하면서 왜 라벨 하나 과감히 게 못 떼는지... 귀찮은 분리수거자를 분노 유발해 다른 얻는 게 있는 걸까요?)
퇴근하고 돌아와 분리수거하는 밤이면,
라벨은 그렇다 치고, 잘 안 뜯어지는 라벨을 붙인 상품은 특히 증오(?) 하면서,
저는 그렇게 과격한 친환경주의자로 변합니다.
덧붙여,
[오베라는 남자] 할아버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을 구식으로 만든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도 타이어를 갈아 끼우지 못했다. 전등 스위치 하나 설치하지 못했다. 바닥에 타일도 못 갈았다. 자기 세금 장부 하나 못 챙겼다.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잃어버린 형태의 지식들만 넘쳐 났다.
더 이상 분리수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 나는,
정말 구식이 되어버린 세대인 건지,
그런 "시민 불복종"의 마음 하나를 품고,
라벨 없는 생수를 찾아 동네 편의점 앞을 서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