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방 편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운트 Mar 17. 2022

무릎이 꺾인 사람에게 건네는 부축과 물 한잔

《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잘 알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해도 많이 하고 상처와 분노를 주고받고는 하죠. 다 안다고, 모든 걸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그것도 거짓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하고 멀리하는 것도 능사는 아닐 겁니다. 몸과 마음이 얼어붙은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빵 한 조각은, 제목 그대로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바로 그순간에는 최고의 선물이 되고 맙니다.


선량한 이웃이 무심코 던진 말과 시선에 상처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손을 보태고 싶었다. 그게 더 옳아서가 아니라 단지 내겐 그게 더 절실하게 여겨져서다. 그 과정에서 분노가 쉽사리 나의 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민 없는 분노가 넘실거리고 예의 잃은 정의감이 너무 자주 목도되는 지금 이곳에서.- 본문 중에서




《별것 아닌 선의》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참 단정하고 담백한 음성으로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가면서 그 길에서 마주치는 타인들이 도움을 청할 때 외면하지 않는 것, 눈빛과 마음을 서로 나누면서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금 필요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개개인의 힘은 참 약하지만, 그래서 자주 꺾이고 넘어지지만, 그럴 때 옆에서 부축해주거나 물 한 모금 권하는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요. 선의와 선행을 베푸는 것이 부끄럽거나 비아냥 들을 일이 아니라 점점 구르며 커지는 눈덩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몫을 존중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