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마쓰이에 마사시
참 천천히 읽어야 하는 소설입니다. 500쪽의 두꺼운 분량이기도 하지만 이 섬세하고 우아한 문장들을 후루룩 읽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느리고 차분한 호흡으로 충분히 읽어내고 나니 어느새 며칠이 지나버렸습니다.
일본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이들 중 누구는 삿포로나 도쿄 같은 대도시로 나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작은 마을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갑니다. 떠났던 사람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떨어져 살던 가족이 합쳐지기도 하죠.
이 모든 이야기가 사실 대부분의 우리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렇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걸지도요.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그들 모두의 이야기를 골고루 다루고 솜씨 좋게 엮어냅니다. 모두에게는 주어진 몫의 삶이 있으니까 그것들을 다 존중해주는 느낌이에요. 시간대별로 차근차근 이어지지 않고 과거와 현재, 사람들과 사건을 넘나드는데 어쩌면 그것이 자연스러운 기억의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가계도의 제일 위에 있다고 할 요네 할머니는 조산원, 그러니까 산파입니다. 출산을 돕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참 인상적입니다. 분명히 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죠. 마지막 장면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마쓰이에 마사시라는 작가 이름이 좀 낯설게 느껴지는 분도 계시겠지만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읽고 매료된 분도 계실 거예요. 감동과 여운이 오래 남는 소설로 세 작품 모두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