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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운트 Jun 27. 2022

맵고 강한 여행의 맛을 제대로 음미해볼까요

《여행선언문》, 이주영

얼마 전에 윤여정 배우님의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의 뒷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 〈뜻밖의 여정〉을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멋진 드레스 차림으로 시상식에 다녀오신 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라면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비슷한 풍경을 《여행선언문》에서도 발견하고 재미있어 했어요. 역시 즐겁지만 고되었던 여정 뒤에는 라면이 필수이긴 하죠.



이주영 작가님의 《여행선언문》 표지에는 '인문 로맨스 개고생 여행 이야기'라는 카피가 있는데요, 정말 이 책을 제대로 소개한 한 문장인 것 같아요. 이탈리아, 프랑스, 그리스, 스위스에 여러 도시를 수시로 여행한 10년 간의 이야기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부럽고 근사해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고생'이고 시끄럽고 요란합니다. 바로 여행 메이트, 남편 에두아르 때문이죠. '여행과 책에 미친' 에두아르와의 동행은 '여행 과로사'를 걱정할 만큼 험난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이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고요.



"말하자면 에두아르에게 여행은 일상의 연속이다. 일상처럼 여행하는 미친 책벌레는 시도 때도 없이 책 읽기, 중요한 물건 잃어버리기, 현금도 덩달아 잃어버리기, 넘어지고 자빠지기, 오지랖 떨다가 사람들에게 미움받기 기타 등등을 여행지에서도 그대로 되풀이한다." - 본문 중에서



이탈리아 로마에 갔다면, 여행 가이드북에 나오는 유적지만 훑어도 시간이 모자를 텐데 하나하나 길고 자세한 강의를 열정적으로 늘어놓는 에두아르. 그런데 그 이야기가 결코 지루하거나 어렵지는 않아요. '그냥 보고 느끼면 안 돼?'라는 이주영 작가님의 투덜거림이 너무나 이해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에두아르&이주영 식의 요약과 전달이 쏙쏙 이해가 되면서 그 여행에 함께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역시 조금 더 알고 본다면 더 많은 걸 느끼게 되는 거죠.



이 책은 또한 정착과 안정보다는 방황을 택하며 30여 년 동안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닌, 시니컬하면서도 마음 약한 한 여자와, 교양과 부유함을 갖춘 수다쟁이이자 '지구 최강 오지라퍼 이동서점'인 한 남자의 만남과 사랑, 위기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자세, 생각, 생활 습관이 극과 극으로 다른 두 사람이 수시로 투닥투닥 말다툼을 하고 갈등을 겪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흥미롭고 감동적이기까지 해요. 여행과 사랑,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생각으로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여행 세포를 이제 조금씩 깨워나가도 되겠죠? 이 재미있는 에세이를 읽으며 오늘은 여러 도시를 거니는 모습을 기분 좋게 상상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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