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앉다가 보다가, 다시》, 김진우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표지와 인상적인 제목의 이 에세이는, '앉는다'는 행위와 앉았을 때 보이는 것들, 누구나 편안히 앉을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어디인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죠. 사무실이나 학교의 의자, 지하철과 버스의 의자, 거실의 소파, 공원의 벤치 등. 그러면서도 앉는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매우 신선합니다.
"앉음은 멈춤이다. 속도는 줄고 귀는 열린다"는 책 속 문장이 인상적이에요. 게다가 앉기 위해서는 의자를 포함한 '앉을 곳'이 필요한데, 의자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장소와 공간으로 확장되는 통찰이 흥미롭습니다. 바퀴 달린 낮은 의자나 욕실 의자 등 생활 속 의자부터 사막의 모래 위, 자전거와 비행기 등 탈것들, 국내외 고택과 성당 등을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모습들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앉아서 봐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앉을 수 있는 도시, 앉을 수 있는 공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많아야 사람들은 모인다. 사람들이 모여야 재밌는 일이 생긴다." - 본문 중에서
특히 레이 올덴버그의 '제3의 공간' - 집이나 일터 외 스트레스 해소와 에너지 충전을 위한 별도의 공간 - 에 관한 파트에서 카페나 편의점, 도서관 등에 관한 내용이나 덴마크와 서울 등 도시에 관한 내용,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에 관한 제언 등이 함께 읽고 나누고 싶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자극을 선사하는 이 책을 권해드릴게요.
아운트에도 잠시 책을 읽으며 쉬실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해두었습니다. 편하게 잠시 멈추었다가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