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에마 미첼은 《야생의 위로》에서 10월을 이렇게 말합니다. “낙엽이 땅을 덮고 개똥지빠귀가 철 따라 이동하다”. 개똥지빠귀를 가까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과연 지금 길은 낙옆 양탄자가 깔려 있잖아요. 이 표현만으로도 어쩐지 가을의 느낌이 손에 잡힐 듯 떠오릅니다.
영국의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인 에마 미첼은 젊은 시절부터 내내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리고 꽃과 나무와 새와 작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매일의 산책길을 1년간 스케치하고 사진 찍어 기록하는 것으로 크게 위로받고 힘을 얻었음을 이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흔하다면 흔할 자연의 풍경이 어쩌면 이렇게 섬세하고 경이롭게 보일까요. 지천에 피어난 스노드롭이나 블루벨 같은 꽃들, 나이팅게일이나 찌르레기 등 작은 새의 울음소리, 바닷가의 자갈들과 따개비의 모양 등이 참으로 생생하고 감각적으로 그려져 부드럽고 거칠고 향긋하고 뭉근한 감촉과 냄새까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제비가 목적지에 도착했듯이 나 역시 또 한 번의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 나는 안마당에 앉은 채 잠시 조용히 운다.“ - 본문 중에서
《야생의 위로》는 마치 산림욕을 하듯, 마음이 힘들고 무력할 때 넘겨보는 것으로도 조금은 기운을 낼 수 있을 책입니다. 좋은 계절에 어울리는 이 책을 권해드려요. 그리고 이번 주말도 책과 자연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아운트에도 들러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