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숲의 아이들》, 손보미
새로운 스타일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소개합니다. 그 시작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인데요, 이 청소년 범죄를 방송 아이템으로 정하고 조사하는 주인공 채유형 피디는 자신의 친부가 저지른 모종의 사건으로 인한 상처와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유형과 공조 아닌 공조를 하는 단 한 사람은 경찰서 안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진경언 형사. 두 사람은 사건을 파헤치며 '을지로의 숲'으로 점점 더 가까이 가며 이야기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다소 어두우면서 무거운 역사, 그리고 진실과 마주하는 과정이 천천히 하지만 긴장감 있게 진행됩니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세심하게 연결되어 있고요. 주인공 채유형이 사건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했던 관찰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맞서 싸우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잘못이 된다. 채유형은 그 말을 곱씹었다." - 본문 중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영언 형사가 참 매력적입니다. 처음에는 범접하기 힘들고 비협조적인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요 점차 그 진가가 드러나네요. '고구마치즈식빵이 아닌 밤식빵을, 사실은 식빵보다는 캉파뉴나 바게트를, 솔티캐러멜스콘이 아니라 버터스콘, 앙버터가 아니라 버터라우겐, 초코크림빵이 아니라 우유생크림빵'을 좋아하는 시크한 중년 여성 경찰이라니, 흥미롭지요. 소설을 읽으며 내내 진 형사에 푹 빠져 있었는데, '진 형사 시리즈'가 이어진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독특하고 몰입감이 강한 소설을 찾으신다면 이 책을 권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