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리나 Jun 18. 2024

뜨개이야기-1

나도 궁금한 시작

몇 년 전 전 세계 모두가 동시에 멈추고 고립되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그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잠시 그러다 풀릴 줄 알았는데 거의 삼 년을 끌고 가던 코로나시국, 나에게 어느 날 조용한 시간 속에서 어릴 적 한 기억이 떠오르는 거였다.  지금으로부터 사십 년도 더 지난 그 옛날 여중학교 때 시내학교 간에 코바늘 뜨개질 대회가 있었고 학교마다 두 명씩 대표로 나가 도안을 보고 작은 원형 레이스를 완성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두 시간 내내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끝내고 말았다.  아직도 그렇게 못할까? 나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들었다 그 미완성 작품을 돌려주시며 어처구니없어 하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안 잊힌 걸 보면 그 당시 많이 창피했던가보다



처음 실과 코바늘 그리고 부속품을 주문하는데 반달이 걸렸다. 실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 지 아는가. 쥐어보지 않은 코바늘은 어떤 게 좋은 지, 실의 색깔은 받아보기 전엔 모른다. 가방의 바닥이 평편하게 짜여 올라가 멋진 곡선을 만들기 위해선 코의 늘림을 얼마나 수학적으로 짜내야 하는지 내가 대충 이해하기까지 일 년은 족히 걸렸다.



sns의 세상에 감사해야 한다. 전 세계의 선생님들이 나를 가르쳤다. 그들의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애쓴 걸 말하면 어쩌면 어리석다 할 수도 있겠다. 동네에 있는 뜨개방을  가면 실이고 뭐고 다 가르쳐 줄텐데... 그런데 나는 꾸역꾸역 이렇게 이쁜 가방들을 혼자 만드는 기쁨을 고스란히 맛보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