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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리나 Aug 08. 2024

바다에 갔다

아직도 옛날처럼  놀 수 있다

아침 일찍 짐을 싸서 차를 달렸다. 놀러 갈 때는 일찍 가야 한다. 안 그러면 마음이 바뀌어서 안 갈 수도 있으니까. 딴생각할 틈을 주지 말아야 안 싸운다, 특히 가족놀이는 시작도 끝도 우리 맘대로이니 언제든 변경 가능하니까 말이다. 의자와 비치파라솔을 싣고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서 과일과 음료수를 파묻고 수영복은 입고 마른 옷 몇 가지를 챙겨서 바다를 향해 달렸다. 큰 딸이 순순히 우리의 계획대로 맞춰주었다. 미리 다 같이 수영복차림 하자는 데 반대하지 않았다. 일찍 도착하니 바닷가 주차장에 자리가 있었다. 비치파라솔과 캠핑의자를 가져왔는데 시즌이라 파라솔을 사라 했다. 고무튜브까지 해서 돈을 지불하고 바로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 큰 딸이 튜브에 바람채워 올동안 짐을 옮기는 데 저쪽에서 친정아버지가 보였다. 그리고 셋째 언니와 형부까지 보였다. 그러게 아침에 또띠야롤을 열개 만들랬는데 많다 하더니 어이구 그 봐라 싶었다. 아버지가 최근까지 병원에 계시다가 아버지집으로 오셨다. 언니네랑 바다에 자주 오시는 줄 몰랐다. 그새 큰언니 전화 와서 또 너무 오버해서 아버지 체력 진빼지 말라고 한 수놓았다. 98세 아버지는 조금 의기소침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남편은 아버지가 바다 오신 거 보고 또 감탄하고 난리였다. 감탄하지 마시오 평생 즐거움을 사랑하시니 바다 오시는 건 전혀 힘든 일이 아니오! 다행히 음료수와 과일을 많이 가져와서 먹을 것은 부족하지 않을 듯싶었다. 큰 딸과 작은 딸은 벌써 바다에 들어가 둘이 하나 되어 튜브에 매달려 놀고 있었다. 복숭아가 달았다 단물이 뚝뚝 흘렀다 키위도 시지 않고 달콤했다. 음료수도 한 잔씩하고 또띠아롤도 먹고 시간을 보니 아직 열 시가 안됐다.아직 점심시간되려면 멀었다. 우리식구는 늘 이렇다. 잘못하면 집에 일찍 갈 수도 있다. 셋째 언니가 근처 카페에 가서 드립커피를 사 왔다. 단골 만들고 싶은 사장이 잔도 주고 팟 체로 서비스했다 한다. 상큼한 커피를 맛보았다. 작은 딸은 콜라 마시고 큰 딸은 이모가 주문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아버지도 바다에 들어오셨다. 나도 남편도 들어가 파도를 탔다. 아이들과 소리 질렀다. 모두 웃고 난리였다. 그리고 나올 땐 모두 기어 나왔다. 파도가 계속 치는 백사장엔 자갈돌이 많아 걸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런 날은 몇 번 있을 수 없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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