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리나 Aug 22. 2024

상상 경주

다그닥다그닥 덜컹덜컹

 길치인 남편과의 외출은  기대로 시작했다가 실망으로 끝났다. 어두워지고 돌아오는 피곤한 길에 자꾸 길을 헷갈려하는데  나는 그만 짜증이 나버렸다. 세월이 가도  소용이 없구나. 집에서는 뭐든 잘 도와주고 농담도 곧잘 하는 남편이니까  그냥 나가지 말아야겠다. 집에만 있을까보다. 코로나 이후론 놀러 나가도 누굴 만나도 새롭지 않고 재미도 별로 없다.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여가일을 꼭 찾아야 하겠다.  얼마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다. 수영, 사이클 그리고 달리기를 조금씩 할 줄 아니까  그걸 상상으로 해보기,  철인삼종경기 했다가는 죽을 테고 수영 25미터 싸이클 5킬로 달리기 5킬로 이렇게 줄여서 직접 아니고 상상으로 해보 것이다. 내가 젊다면 실제로 야외에서 사람들과 함께  한번  시험해  보고싶은 경주다.  상상경주를 만들고  혼자  손을 쓱 뻗어 물을 쓸어 보는 생각만 했는 데도 기분이 시원해진. 그리고 헐레벌떡 자전거로 막 달려가고 또 갖다 놓고 양말신고 마라톤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이 비디오 빨리감기처럼 다그닥다그닥  덜컹덜컹하니  재밌다 . 그런데 몸이 속는 것 같다. 다리가 가볍고 종아리에 탄력이 생긴 것 같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발상이 떠오른 계기는 어느 날 문득 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는데  운동복을 새로 사서 입고 바닷가에 가보았다 그리고 다른 날 밤에 공원에 가서  뛰어보았다. 조금 뛰는 데 뼈와 근육이 덜컹대면서  땀이 줄줄 흘렀다. 이런 기분이 있어 사람들이 운동할까. 티브이에 가끔 볼 수 있는  뜀박질 즐기 외국 할머니처럼 되려나.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해보자 싶었다. 그런데 너무 뜨거운 여름이고, 더위가 계속 연장되어서 나갈  없으니 답답하고, 기온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자니 갑갑해서 생각해 낸 것이 깜찍한 상상경주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한 게임이 삼분도 안걸릴 수도 있다. 수영 솩솩  싸이클 슉슉  달리기 다다다다. 실제와는 아주 다르겠지만 나는 움직이는 것이 좋다는 마음은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이제 이 더위 기세가 꺾여 자연의 운동장으로 나가는 그날까지는 상상경주 해보자 열심히.


이전 02화 한우파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