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다 모이기로 한 날이었다. 언니 오빠 부부 일찌감치 시간보다 먼저 와 있었다. 시간 맞춰 갔으면 늦을 뻔했다. 모두 말쑥하게 잘 차려 입고 왔다. 모일 장소로 옮겨 큰 형부가 대표기도를 시작했다. 나는 동영상 찍느라고 자세히 못 들었는데 셋째 언니가 형부기도가 참 좋다했다. 다 같이 사진 몇장 찍었다. 이동해서 점심식사하러 예약시간보다 일찍 들어갔는데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오늘은 한우 먹는다했다.오직 한우해도 되는 날이라했다.
우리 엄마 아버지는 오 남매를 낳았다. 오래전부터 미식을 탐하는 집이라 먹으며 음식에 대해 말하길 좋아한다. 들어온 식구인 형부 셋과올케언니 그리고 우리남편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식구가 많다 보니 매 번 모임에 한 둘 쯤 빠지는데 거의 아무도 크게 마음두지 않는다. 온 사람들끼리 당겨 앉아도 공간이 나질 않으니 불참자에 대한 아쉬움은 곧 잊힌다. 이번에 못 오면 다음에 또 오면 되지하고식사는 정신 없이 차려진다. 엄마의 지시대로 많은 밥그릇과 국그릇을 나르고 필요한 거 갖다주고 빠진 반찬 갖다 놓고 숟갈젓갈 챙기고 그리고 상이 다 차려지면 모든 소음이 꺼지고 엄마가 한 말씀 한다, 오늘 모처럼 해봤는데 맛있게 됐는 지 모르겠다 . 우리는 어려서부터 교육되어 있었다. 리액션 자동발사. 먹기가 끝날 때까지 음식을 만든 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나름의 품평을 한마디 씩 한다. 우리 엄마의 음식솜씨는 진짜 좋았다. 못하는 음식이 없었고 그 요리의 색감. 식감과 향 그리고 온도까지 완벽하게 맞춰냈다. 엄마는 준비과정이 아무리 복잡해도 맛을 위해서는 생략하지 않았다. 미식에 빠진 이 가족의 사는 방식이 불만일 때도 있었는데 내가 나이 들고 나서 깨달았다. 엄마 아버지가 옳았다. 많은 가족을 하나로 불러 모으는 비결이 엄마의 특별 메뉴였다. 그래서 엄마는 음식 할 때가 제일 행복해 보였다. 오 남매를 놓고 기르며 하나하나 따로 불러 놓고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던 엄마는 다 불러놓고 그렇게 배 부르게 먹였던 것이다. 그런데 살면서 굴곡이 많았던 나는 단골 불참자였다. 모여 밥 먹자는 소식은 들었고 나는 못 가고 그러면 진짜 섭섭했다. 다행히 최근에 많이 회복되어서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리고 오늘은 빠지면 안 되는 날이다. 오늘도 여전히 세 테이블을 꽉 채웠다. 아버지 하고 오 남매 다 모였다. 한우집 사장은 맛깔난 밑반찬을 차려놓았고 숯을 나르고 고기를 담아왔다. 그새 육회가 맛있다고 모두 추가해서 더 먹었다. 달군 석쇠 위에 고기를 조금씩 얹고 살짝 구워 한점 씩 먹었다. 계속 끊이지 않게 올렸다. 파절이가 깔끔하다. 여름 소고기치곤 맛나다했다. 제법 배가 차니까 둘째 언니가 목소리크게한 말을 풀어냈다. 어이구, 우리엄마 대단하네 우리 엄마 죽어서도 자식세끼 다 불러놓고 먹이네 우리 엄마 대단하네 엄마 정말 수고 많았어.
맞다.그렇다. 오늘이 엄마 첫 번째 기일이다. 그리고 엄마는 불참했다. 엄마는 영원한 휴식에 들어가셨다.
엄마 잘 있지? 우리 오 남매 안 싸우고 잘 살고있어. 오늘엄마 덕분에 멋진 한우파티했어. 나도 이젠 안빠지고 잘 와 엄마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