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을 태우고 산복도로를 드라이브했다.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길에서 튀어나오듯 달이 떠 있다. 달 보러 나온 게 아닌데 쟁반 같은 보름달이 산복도로 위에 뜬 걸 보았다. 잊고 있던 달이 차올랐던 머리의 열기를 식힌다. 추석을 보내는데 계속 더운 게 문제가 됐다. 더우니 에어컨을 끌 수가 없었다. 켜라꺼라를 두고 다툼이 될 듯했다. 애들은 더워 죽고 어른 들은 발이 시렸다. 맛난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 가족의 시간들이 졸졸졸 시냇물 같이 흐르다 더위라는 돌부리에 부딪혀 물이 튀고 가족 누군가의 마음 어딘가 에서 깨어져 나온 기분 나빴던 기억의 조각 몇 개가 거들면 곧 사나운 급류가 되어 거실은 곧 뒤집힐 것 같은 배가 된다. 아이들이 크면 요동치는 모서리 하나 쯤 감당하게 된다. 꼭 잡아라 안 뒤집히게 아니면 우리 나갈까. 달을 보며 크기를 이야기하고 저것 보러 나왔나 색깔이 멋진데 아빠칭찬은 왜 좀 안 하시나 하긴 그래 카페 갈까 아빠도 나오셔 왜 또 그래 알았어 나와. 차를 돌려 지붕이 높은 시원한 카페에서 만나 달콤한 주스를 마신다. 그리고 졸졸졸 흘러야 할 가족의 시간을 위해 우리는 서로 조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