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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리나 Sep 14. 2024

몸의 소리

달린다고 했잖아

내 몸이 균형이 맞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하나 드러났다. 오른쪽 다리가 발육이 더뎌 일 센티 정도 짧다.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어느 날 왼쪽 다리로는 한발 서기가 되는데 오른쪽은 전혀 안 되는 거였다. 몸을 이리저리 만져보니 오랜 시간에 걸쳐 오른 다리가  약해진 게 보였다. 눈으로 보면 별 차이 없어 보여도 근육이 거의 다 내려앉아 있었던 것이다. 오른쪽 엉덩이 근육도 없고 발목도 굳어있었는데 이러다  뻗정다리라는 상태가 되지 싶었다.  이때가 오 년 전이다. 그때부터  시간이 나는 대로 셀프 재활을 했다. 근육과 신경은 아무래도 본인이 젤 잘 아는 거다. 그동안 병원과 한의원을 다녀도 찾지 못했던 병명이니까  내가 직접 나섰다. 내 오른 다리로 서기 작전이랄까. 건물 세우기 위해서 지하 지반공사 다지는 시간이랑 비슷한 비율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어떤 느낌이었냐면 근육 한 줄 한 줄 찾아내서 제대로 울리게 튜닝하는 느낌 그 자체였다. 다리 겉 근육부터 뼈와 붙은 근육까지 차츰차츰  찾아나갔다. 그런데 한 근육을 찾아서 만지고 나오면 며칠 내 다시 힘이 빠져버리곤 했다. 건강한 왼다리와 계속 비교하면서 느낌을 아는 본인이 재활치료를 해대니 오른 다리에 결국 힘이 찾아왔다. 2년 정도쯤 되어 비틀거렸지만 한 발 서기가 가능했고 5년이 지난 지금은 정지동작이 된다. 올해는 막연히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이유도 없이 자꾸 떠올랐다. 공원을 달려보기도 하고 더워서 상상만 해보기도 하다가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아 차로 달려 바다로 향했다. 이제 시즌이 끝난 바다는 새로  꽃단장한 러닝코스처럼 깨끗하고 조용하게 펼쳐져 있었다, 파랗게 바다 하얗게 하늘 바람은 민트색으로. 아무도 없는 해변을 뛰어보았다. 너무 좋다. 모래가 푹푹 꺼진다. 파도가 내버려 두지 않는다. 햇빛이 너무 강하다. 지나가는 사람이 곁눈질한다. 상관없이 너무 좋다. 그봐 내가 뛸 거라고 했잖아 달린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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