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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리나 Sep 10. 2024

편의점 친구

그녀는 더 편해졌을까

아직 젊어 보이는 친구가  어떻게 나와 말이  통하기도 하는 일이 생겼었다. 내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걸맞게 대꾸도 한다. 한두 살만 어려도 하는 나를 늙은이 취급하는 말투를 쓰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지나 알게 된 것인데 그녀의 나이에 비해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고 감당했던 몫이 커서 빨리 나이를 먹어버린 것 같았다.  그러던 그녀가 편의점 주인이 되었다.  십여 년 전부터 몇 년 전까지의  그녀는 고동처럼 어쩌다  얼굴을 밝게 들고 이야기도 곧잘 하고 웃기도 하다가도 어느새  몸을 움츠리고 깊은 고동집으로 들어가 버리곤 했다. 그렇게 십수 년을 웅크리고  있던 그녀가 고지대 마을의 편의점을 인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오랫동안  달고 있던 고동집을 버린 듯 보였다. 오늘은 그녀와 오전 내내 수다를 떨었다. 이전에는 무슨 말을 하다 말고 하다 말고 했는데 이젠 끝까지 나보다 더 길게 말했다.  남편 큰딸  모두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갖게 되어서  내년엔 가족  해외여행도 계획 중이라 했다. 정말 듣기 좋았다.  마음껏 축하하는 내게 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다. 혹시 형편이 더 좋아졌다고 나의 방문이 귀찮아 지진 않겠지.  미리 각오는 좀 하는 게 낫겠지. 그런다 할지라도 그녀가 더 편해졌으면 좋겠다. 나의 산책길 끝쯤에 있는 그녀의 편의점에 손님이 많이 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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