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그랬다니

72세 언니의 고고장 입문기

by 황복희

세 명이 함께 하는 일이 얼추 마무리되면 커피타임을 가진다. 오늘따라 미자언니가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힘들었던 집안일이 정리가 좀 됐는지 일도 잘하더니 커피를 시작하자마자 옛날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저번 스토리하고는 달랐는데 내가 그만 너무 웃고 말았다.

우리나라 70년대 중반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놀았을까? 육이오 끝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 아닌가. 그때 밥 먹고 살기 어려웠다 하지 않았던가.

젊은이 전용 놀이문화는 내가 어리던 80년대쯤에나 시작됐던 거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는 아주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한다. 미자언니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나는 젊은이가 되어 버렸다. 내가 계속한 말은 그때도 그랬냐고 정말 그게 있었냐고였다.

미자언니는 운동을 좋아해서 23살 때부터 이대 나왔다는 묘하게 끌리는 에어로빅샘의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 샘은 실습이라면서 수강생들을 고고장에 데려갔고 시내 빌딩 이층에 있던 고고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말 그대로 바글바글 젊은애들이 가득 차 있더란다. 팔을 펼 수 없을 정도로 북적여서 팔을 가슴에 붙이고 엄마야엄마야 하고 밀리고 있는데 옆사람이 타는 고고리듬이 그대로 느껴졌단다. 같이 리듬을 타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춤을 추겠더란다. 무려 오십 년 전의 순간을 그대로 기억하고 보여주고 있는 미자언니를 보면서 계속 깔깔거리고 있는 우리는 십 년 정도의 세월차가 있다. 놀라웠다. 고고장을 간 언니보다 그 홀에 가득 찼던 젊은이들에게 시선이 머문다. 이런 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나 젊은이가 있었고 그들의 전용 놀이문화가 있었을 텐데 그것이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젊음이라는 시절에서 멀어지면 우리는 나이에 걸맞은 사회 어를 습득하고 세대에 맞는 행동을 하고 살아간다. 나 만해도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봤는지 어디를 가봤는지를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무 일도 안 한 것처럼 아는 것도 없는 것처럼 산다. 조금 더 있으면 미자언니는 우리보다 빨리 할머니라고 불리어질 텐데 아쉬워서 어떡할까. 이제 더 나이 들어 저 이야길 하면 웃어줄 사람도 줄어들 텐데 말이다. 다행인 것은 세월은 흔적을 남기며 흐른다. 무엇을 하고 산 사람은 그 무엇의 흔적을 선명히 남긴다. 운동을 좋아하던 통통하고 이쁜 스무 살의 미자는 군살하나없이 탄탄한 근육을 가진 칠십 살의 미자언니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부근에 전체적으로 건강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구와 언니들이 미자언니와 같이 헬쓰장 가려고 어디냐고 전화가 늘 온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