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적응 시간, 나의 기다림

by Aunty Bo

둘째 아이가 생후 4개월이 되었을 무렵, 우리는 말레이시아로 왔다. 그리고 만 30개월이 될 때까지 아이는 나와 함께 집에 있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는, 엄마 곁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나의 선택에 확신이 있었고, 그 시간은 둘째와 나에게 모두 소중한 날들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어느 정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스스로의 감정도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카가 다녔던 유치원에 등록했다. 처음 가는 곳이라 아이도 낯설었고, 엄마와 떨어지는 것도 처음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했던 아이는, 몇 시간 후 데리러 갔을 때도 얼굴 가득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렸지만, 며칠 후 언니가 이야기했다.
“어차피 적응해야 하니까, 그냥 종일반에 맡기는 게 나을 수도 있어. 다들 처음엔 울어도 결국 적응하더라. 너도 좀 쉬어야지.”

락다운 시기 동안 지쳐 있었던 나에게 그 말은 달콤한 유혹처럼 다가왔다.

결국 나는 아이에게 충분한 적응 시간을 주기보다는 종일반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 더 천천히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유치원 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둘째는 다시 집에 있게 되었고, 유치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온라인 수업을 아주 좋아했다. 수업 시간이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집중도 잘했고, 직접 가는 것보다 더 즐겁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원장 선생님이 말했다.
“레터만 있으면 아이도 유치원에 올 수 있어요.”
나는 일하지 않는 엄마라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레터를 써서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레터를 써서 다시 보냈고, 아이는 다시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등원하는 날, 아이는 아침부터 서럽게 울었다. 락다운 기간 동안 엄마와 지낸 시간이 길었던 탓일까. 결국 유치원에 나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렇게 유치원 생활은 끝이 났다.


36개월이 막 넘으면서, 아이는 KH8 Nursery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시작했는데, 둘째는 온라인 수업을 정말 좋아했다. 참여도도 높고, 수업 시간마다 웃음이 가득했다. 몇 주가 지나자

“엄마, 선생님이랑 친구들 실제로 보고 싶어”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등교가 가능해진 후 첫 2주는 정말 놀랄 만큼 아무 문제 없이 학교에 잘 들어갔다. 그런데 2주 후부터 갑자기 다시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적응이 끝난 줄 알았던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두 주가 흐르자 언제 울었냐는 듯 혼자서도 잘 들어갔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느꼈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속도로 적응한다는 것. 적응한 듯하다가도 다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처음부터 문제없이 적응하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함께 기다리는 엄마의 인내도 또 다른 ‘적응의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학교에 잘 적응한 후부터는 아이가 집에 와서 인형들을 데리고 선생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어떤 말투로, 어떤 태도로 아이들을 대하셨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 너는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어.”

아이의 입을 통해 나온 이 말은,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모든 행동은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바꿔갈 수 있다는 믿음.
그 철학이 고스란히 아이의 언어와 행동에 녹아 있었다.


어느 날, 내가 지쳐 있던 날이었다. 아이가 다가와

“엄마, 숨을 깊게 들이쉬어봐. 물 한잔 마셔봐”

하며 물을 건넸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주신다며.


나는 그 순간, 아이의 선생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nursery 시절이 끝나고, reception에 들어간 아이는 전혀 다른 성향의 선생님을 만났다. 조용하고 차분했던 이전 선생님과 달리, 에너지가 넘치고 때론 목소리를 높이는 선생님. 처음에는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는 그 안에서도 또 다른 배움을 얻고 있었다.


몸으로 놀아주는 법, 활기찬 리듬감, 친구들과 함께하는 에너지.


아이는 선생님의 말투,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며 집에서도 학교 생활을 재현했다. 선생님의 영향력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해지는 걸 보며, 아이가 누구와 시간을 보내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껴졌다.


이제 1학년을 다니고 있는 아이. 배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이의 성장에 맞춰, 나의 엄마로서의 배움도 계속되고 있다.

아이에게 시간이 필요하듯, 엄마에게도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 작은 존재를 통해 매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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