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아

말레이시아에서 아이와 나눈 첫 번째 공정함에 대한 대화

by Aunty Bo

첫째 아이의 두 번째 도전


AIMS Math Challenge가 끝나고 몇 주 뒤, 첫째 아이는 또 다른 대회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AIMS Language Competition 만다린 부문.
UN 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영어로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그걸 중국어로 번역해 외워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처음부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중국어는 아이에게 제2외국어였고, 스피치 경험도 많지 않았다. 번역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문제는 외우는 과정이었다.


연습보다 더 어려웠던 준비 과정


선생님은 부담을 주지 않으려
“경험에 의미를 두자”
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조바심이 났다.

성조도 모른 채 그저 흉내 내듯 외우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과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점점 커졌다.


연습 시간도 부족했다.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 짬을 내야 했고, 집에서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선생님이 녹음해 주신 음성 파일을 들으며 혼자 연습하는 게 전부였다. 발음과 억양, 표정, 전달력은 늘 제자리.

솔직히 말하면, 조금만 더 체계적인 준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이가 대회를 향해 간절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
결국 그 아쉬움은 아이보다는 나 자신을 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아”


대회가 끝나고 돌아온 아이는 조심스럽게 내게 말을 건넸다.

“엄마, 이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아.
세컨드 랭귀지 대회인데… 왜 모국어가 중국어인 애들이 나왔지?”


아이 말처럼, 만다린 부문은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대회였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는 말레이시안 차이니즈 학생들이 대다수였고, 결국 1·2·3등 모두 그들에게 돌아갔다.

순위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중요한 건 처음 느껴본 '불공정함'이라는 감정이었고,
그 감정을 어떻게 말로 꺼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우리가 진짜 얻은 것


솔직히 말해 나는 그 말에 쉽게 맞장구칠 수 없었다. 아이의 준비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그러게, 그건 좀 안타깝다.
하지만 네가 조금 더 열심히 준비했다면,
이 불공정함이 덜 억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을 거야.”


이번 대회에서 아이가 얻은 건 상장도, 순위도 아니었다.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꺼내 본 경험.
그 모든 과정이 아이에게는 더 큰 배움이었다고, 나는 믿고 싶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유학생활은 우리 아이에게 언어와 문화,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을 선물해 줬다.
그 안에서 마주한 수많은 도전 중 하나가 바로, ‘공정함’이라는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처음 마주하며 아이 마음속 어딘가에 작지만 단단한 변화가 시작됐을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 아이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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