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중턱쯤.
어느 날 문득, 아이들과 단 하루만이라도 좀 더 ‘다르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놀이터도 쇼핑몰도 아닌, 조금은 새로운 공간에서
조금은 다른 경험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곳,
로얄 셀랑고르 비지터 센터(Royal Selangor Visitor Centre).
홈페이지를 미리 훑어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발견했고,
'주석 접시 만들기'를 예약했다.
사실 나도 기대되었다. 아이들 손에 쥔 망치가 어떤 모양의 작품으로 두드려줄지.
센터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훨씬 넓고 세련된 공간이 펼쳐졌다.
주석 박물관(Pewter Museum)에서는 100년도 넘은 왕실 장식품부터
말레이 전통 혼례에 쓰이던 주석 찻잔, 그리고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작품들까지
주석이 걸어온 시간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유리 안의 물건보다 공장 견학에 더 눈을 반짝였다.
실제 주석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눈앞에서 보고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체험실로 들어가니 작은 앞치마와 망치, 그리고 나무 받침이 준비되어 있었다.
직접 주석 덩어리를 두드려 접시 형태로 만드는 간단한 과정이지만,
아이들에겐 세상 진지한 순간이다.
두드리는 리듬도, 집중하는 표정도, 서로 이니셜을 새겨넣으며 웃는 얼굴도
모두 ‘기억될 만한 장면’으로 내 마음에 저장됐다.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는 주석 자석에 색칠하는 공간도 있어
둘째도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공장 견학을 하며 봤던 진짜 주물을 부어 그릇을 만드는
고급 체험 프로그램은 연령 제한 때문에 이번엔 참여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그 체험도 함께 해보자고 약속했다.
체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이 만든 접시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담아주었다.
자신이 직접만든 접시에 담아 먹으니
아이들은 세상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처음이라는 듯한 얼굴이다.
그릇은 조금 울퉁불퉁하고, 이니셜은 삐뚤빼뚤하지만,
그보다 더 예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