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지망생들에게 묻다
자기소개서의 단골 1번 질문. 지원 동기.
아나운서 지망생들은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보기 좋게 포장한다. 우리 조금 솔직해지자. 사실 그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이것 아닐까.
대체로 비슷한 준비 과정을 겪는다. 사설 학원을 찾는다. 뉴스 리딩부터 이미지 메이킹 등을 알려준다.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뉴스 읽는 법부터 시험 과정 등을 알 길이 없고 비싼 학원비를 내서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닌다. 하지만 적게는 3개월, 많게는 두서너 곳씩 학원을 전전해도 남는 것이라고는 자기 연민과 열등감 좌절. 자세한 이야기는 아카데미 편에서 다루겠다.
또 하나의 필수 코스는 스터디다. 요즘은 합격자들을 배출했다는 잘 나가는 스터디에 들어가려면 마치 입사 원서 쓰듯 자신이 쓸 글이나 지금까지 취업준비 포트폴리오(?)를 이메일로 보내야 한단다. 그것도 경쟁률이 꽤 높다는 전언이다. 스터디에 합류해서는 뉴스 리딩, MC, 필기 스터디, 논작 등을 한다.
여기서 난관에 봉착한다. 뉴스 리딩에 딱 이게 옳다는 정석은 없다. 결국은 정확한 내용 전달이 기본이 되면 나머지는 기호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이는 부드러운 리딩. 어떤 이는 강약. 혹은 완급 조절. 따라서 이 얘기, 저 얘기 듣다 보면 혼란스러워지기 일쑤. 결국은 사공만 늘어나는 꼴이다.
한국어, 영어 등 필기 점수를 만들어놓고 뉴스 리딩도 이만하면 된 것 같은데 자꾸 떨어진다. 비싼 메이크업 샵도 가보고 거금 들여 옷도 맞춰보고.... 그래도 안되면 '의느님'이 나를 구원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병원으로 행한다.
병원 가서 외모도 업그레이드됐고 자신감도 붙는다. 뭔가 되는 듯 싶다. 안되던 서류심사와 카메라 테스트도 좀 통과하는 듯 싶고, 하지만 면접 가면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처음엔 공중파 3사의 아나운서를 상상하며 꿈에 부풀지만 얼마지 않아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제주도까지 마다하지 않고 지방행 버스, 기차를 타는 일이 잦아진다. 아나운서, 앵커, 기상캐스터, 스포츠 캐스터, 쇼호스트 등등 TV에 나오는 일에 모두 다 지원한다. 이해한다. 정말 채용공고는 가뭄의 콩 나듯 한다는 것도 안다. 뭐라도 시작하면 되겠지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한다.
이러다가.... 길을 잃는다.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지?
모델이 아니다. 원하는 대로 텔레비전에 나왔다치자. 모델처럼 카메라를 지그시..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을 것인가.
다시 생각해봐라.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은 것인가... 혹은 당신을 보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
말을 하고 싶다 치자. 무! 엇! 을!
스포츠에 관심 있다면 스포츠를. 사업과 방송에 모두 재능이 있다면 쇼호스트를.. 그게 맞다.
스포츠 채널에 들어갔는데 스포츠는 숨쉬기 운동이고, 축구는 2002년 월드컵을 본 게 다라면 금방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점수 맞춰 대학 갔는데 전공이 안 맞는 상황과 같다. 공부는 재미없고 성적은 안 나오고 결국은 전과하거나 재수하는 격이다. 그게 딱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베스트도 아니다.
업계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확실히 다르다.
경제방송을 예로 들면 작가의 영역이 제한적이다. 실시간으로 주식시장은 돌아가고 정치인 탈당 기사에 주가는 출렁이고, 북한의 핵실험 소식에 들썩이는데 이 사실을 미리 예측하고 대본을 쓸 수 있을까.
결국은 진행자가 알아야 긴박하게 돌아가는 주식시장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런데 주식시장이라는 것이 구구단 외우듯이 쉽게 파악되질 않는다. 이런 복잡 미묘한 주식시장을 전한다는 것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자문해보길 바란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단순히 그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