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처음은 늘 힘들다
이쯤되면 그래서 내가 경매를 하는지, 얼마를 벌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내 첫 사례를 공개하겠다.
먼저 말하자면 난 2025년 설부터 시작해서 이제 1년이 됐다. 내가 경매의 고수도 아니고 (오히려 쪼랩에 가깝다)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이 좋을 걸 왜 이제했을까 후회하며 멀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해보니까 좋크등요.
인천 계양구에 있는 다세대 빌라였다.
1월 설부터 준비
2월 본격적으로 입찰 시작. 5건 패찰 후 6번째 낙찰
2월 하순 낙찰
1억1600만원 매수 – 15000만원 매도
세금 등 제외하고 순수익 대략 3000만원 가량.
어느 정도 걸렸고, 어떤 시행착고를 거쳐 낙찰부터 매도까지 한 사이클을 돌렸는지 적어보겠다.
결론적으로 첫 경험은 힘들었다. 2월에 낙찰받아 7월에 매도 계약, 8월에 잔금까지 완료했다.
6개월 걸렸으니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경매로 단기 매매하는 사례로 봤을 때도 오래 걸린게 맞다. 이번 사례를 복기하며 어디서 잘못됐는지 짚어보겠다. 초보들 실수하는게 다 같으니 도움될 것이다.
이 물건을 골랐던 이유는
1. 4층 - 나중에 이게 매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계속된 패찰에 지쳤고 그러다가 남들이 안보는 물건을 보래서 4층까지 보게 됐다.
2. 면적이 넓었다. 전용 20평.
3. 허그 대항력 포기 물건. 임차인 보증금을 주택보증공사(HUG)가 대신 갚아준 물건인데 허그에서도 그 보증금을 다 받지 않아도 된다고 서약한 물건이다. 그래서 보증금 인수 이슈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이런 물건은 임차인이 보증금 받고 나갔으니 빈 집이다. 보통은… 그래서 명도 난이도가 낮다고 생각했다.
4. 빌라촌. 아파트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5. 나홀로 아닌 단지형 빌라. 4개 동으로 구성.
6. 초등학교 5분거리. 해당 택지 거의 정중앙 위치
7. 거리. 자주 오갈 것이라 생각해서 편도 1시간 거리 내에서 찾았다.
이 이유 중에 옳은 분석도 있고 지나고 보니 틀렸던 것도 있다.
2월 말 낙찰 D-DAY
앞선 패찰에 너무 지쳤다. 일주일 이론 공부하고 주말 마다 임장을 갔다. 그리고 2월부터는 입찰에 들어갔다. 2월 둘째주 1건 / 셋째주 2건 / 넷째주 2건...여기까지 패찰
오기가 났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때가 실수하기 딱 좋은 타이밍이다.
5번째 패찰 바로 다음날 진행됐던 물건 중에 이 집이 있었다. 원래 보던 물건이여서 권리 분석과 조사는 어느정도 해뒀던 물건이지만 상대적으로 일정이 뒤에 있어서 가보진 않았고 5개쯤하면 뭐하나는 되겠지 싶은 맘에 임장까지는 안갔었다.
조급함에 간도 크게 이 집을 안가보고 입찰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 짓이다. 아파트도 아니고 빌라를…거기다 허그 대항력 포기 물건을…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론상 임차인이 돈을 받고 나가면 그 집은 비어있어야한다. 경매 넘어간 집이니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올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이런 집에도 사람이 살 때가 있다.
기존 집 주인이 경매 진행기간 동안이라도 수익을 내려고 일명 ‘깔세’라고 하는 단기 임대를 받는 경우도 있고, 혹은 본인 아니면 지인이 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대체로 이사비를 받기 위해서다. 명도비를 줘야 나간다고 드러눕기 시작하면 명도가 복잡해진다.
허그 대항력 포기 물건은 모 아님 도다. 다행히 빈 집이었지만 다음부터는 무조건 가본다.
4명이 들어왔다. 2등과의 차이는 300만원 가량으로 입찰가는 잘 적은 듯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4명밖에 안들어왔는지 알 것 같다.
낙찰받은 당일 D-DAY - 첫 현장 방문
나도 안가본게 못내 맘에 걸려서 낙찰받은날 바로 가봤다. 당연히 문은 열 수 없었지만 밖에서 봐도 에어컨 잘라간게 보였고, 우편함 등 빈 집임을 알리는 증거가 많아서 다름 안심하며 돌아왔다.
낙찰 다음날 D+1 - 사건열람 & 전 임차인과 통화
또 하나 할 일. 정말 빈 집이 맞는지 내가 놓친 인수대금은 없는지 확인해봐야한다. 낙찰받으면
이 집에 얽힌 사건열람이 가능하다. 오만개 다 있다. 관공서 독촉장, 경매 개시 결정서, 임대차 계약서, 사건 관계자의 신분증 사본 등. 거의 판도라의 상자다.
첫 낙찰이기도 했고 그때 이걸보고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아직 내부를 모르니 마지막으로 살았던 것으로 추측되는 사람만 상황을 알 것이다. 거기 임대차계약서에 임차인 연락처가 있었다. 먼저 말하지만 하지마시라…
난 전화를 했다. 뭐라도 알고 싶었다.
“000씨 되세요? “
“네~~”
“00빌라 임차인분 맞으시죠?”
급 퉁명스러워지며 “그런데요?”
“낙찰받은 사람인데요. 집 사시면서 문제 없으셨어요? 누수라든가…”
“살 때 문제 없었어요. 누수나 곰팡이 어디 부서지고 이런 것도 없었고요”
“감사합니다”
이게 끝이다. 입장바꿔 내가 임차인이었더라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집주인한테 보증금 못받고 경매 넘어가기까지 얼마나 마음 졸였을지, 경매 넘어간 집 관련해서 연락오면 책임 소재나 돈 문제일텐데…싶은 마음에 싫었을 것이다. 주택보증공사에 보증금 받기까지 서류 준비에 기다리는 시간까지. 이 집 얘기는 아마 하기 싫었을 것이다. 그땐 그런 상대방의 입장보다 내 불확실성을 덜어줄 약간의 힌트가 더 고팠던 것 같다. 다시는 안하는 짓이지만 그때는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때론 너무 많은 정보가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이 본 책. 카더라. 등등
거기엔 아무래도 평범하기보다 스토리텔링 가능한 에피소드 위주로 적다보니 평범하지 않은 사례들도 많이 등장한다. 임차인이 억하심정에 벽을 부수고 갔다. 물을 틀어놔서 마루가 다 떴다. 오래 비워둬서 물을 틀자마자 수도관이 터졌다. 곰팡이나 쓰레기로 뒤덮힌 집 등등.
혹시라도 내가 그런집에 당첨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여전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었고
임차인 말에 따르면 특이할 것 없는 집이라는 것이다. 목소리도 나가면서 뭘 부수고 나갈 것 같은 아니였다. 너무 신사적인 말투였다.
낙찰 다다음날 D+2 - 깜짝 개방
초심자의 행운이 내게도 찾아온 것일까. 내가 불안해하니 남편이 그 집을 찾아갔다. 원랜 안그런데 그날따라 왜그렇게 과감했는지. 내가 빈 집이라 확신에 차서 말해서 그랬는지 남편은 집에가서 벨 누르고 문 두드리고 두번 세번 확인한 후 혹시나 싶어 아무거나 번호키를 눌러봤단다.
거짓말처럼 열렸단다…열려라 참깨도 아니고. 뜬금 능력자.
남편이 보내준 사진은 지극히 양호했다.
연식이 있는 집이었지만 도배, 장판 등등 사진상으로 깔끔해보였고 사진으로 보기에도 넓었다. 흥분에 가득차 그날 회사끝나자마자 나도 갔다. 첫 느낌은 내가 살아도 되겠다. 내부만 봤을땐 그럴만한 상태였다. 방 3개도 다 쓸만한 사이즈였고, 신축 빌라에서 볼 수 없는 활용도 높은 베란다 2개. 화장실도 깔끔해서 도기, 액세서리 등도 바꿀 필요가 없어보였다. 자세히 봤을 때 벽이나 문쪽에 생활 흔적과 몰딩쪽 필름이 벗겨진 정도? 인테리어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기분 좋게 그 집을 나왔다.
낙찰 후 일주일 D+ 7 - 대출 물색
경매가 소자본으로 가능한 이유는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다르게 경락잔금대출을 받기 때문이다. 물건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감정가에 70%, 낙찰가에 80%라고 말한다. 법원에서 받은 대출상담사 명함으로 전화를 돌렸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대출을 받아본 적이 없다. 엄마가 빚은 죄악이라고 했다…이것도 다음에 쓸 일이 있을 것이다.
상담사분이 말을 하는데 사실 잘 못 알아듣겠더라. 그떄부터 또 글로 배웠다. 사업자 대출, 주택담보대출, 신탁 대출, 신용 대출 등. 결론적으로 1억 대출받고 1600만원 내 돈이 들어갔다. 취. 등록세 등 이전비용은 추가로 들어간다.
낙출 후 2주 D+ 14 - 잔금
경매는 정해진 일정이 있다
1 주 후 – 매각 결정
2주 후 – 매각 허가. 이때부터 잔금을 낼 수 있다. 낙찰받고 2주는 돈을 내고 싶어도 못 낸다.
약 6주 후 – 잔금납입기한. 이때까지 잔금 내야한다. 혹시 미납해서 다음 경매일정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도 낼 수는 있는데 이자가 붙는다.
즉 낙찰 후 2주 ~6주 이내에 잔금을 내야한다.
3월 6일 매각허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날 잔금 납부.
낙찰 받자마자 가~~~~장 빨리 낸 것이다. 2주만에 잔금 납부. 이것도 땡! 이후론 그렇게 안한다.
당시에 난 빨리 돈내고, 등기 넘어와야 부동산에 내놓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돈은 최대한 늦게 내는 것이다. 그래야 한달이라도 대출 이자 덜 낸다.
3월 10일 등기 접수
잔금 내고 이틀만에 등기를 접수했다. 이것도 셀프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인데 별거 다 해봤다. 몸이 좀 고생했지만 그래도 성공하긴 했다. 잔금을 서두른 이유가 등기 때문이기도 했다. 부동산에서 등기치고 알려달라고…그래야 네이버에 올릴 때 위로 올라간다고 했다. 하면서 느낀 바 잔금과 등기는 늦게해도 상관없다. 내 명의로 등기가 돼 있지 않아도 부동산에 내놓을 순 있더라. 네이버 외에도 공인중개사들끼리 공유하는 물건도 있고, 일부러 안올리는 물건도 있다.
3월 14일 등기 변경 완료
접수하고 나한테 등기필증이 도착하는 것까지는 3일정도 걸렸다.
3월 15일~ 매물 내놓기
먼저 동네 부동산을 쭉~다 돌았다. 10곳 남짓 갔다. 사실 이것은 입찰 전에 할 일을 난 순서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입찰 들어가기전에 시세 파악하기 위해서 동네 부동산을 다녔어야했는데…이건 비난 받아 마땅한 포인트. 당시 같은 건물 매물이 1억6000~1억7000만원 정도라 입찰가를 보수적으로 잡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직접 가보니 호의적인 곳은 거의 없었다. 빌라 안팔린다…그 가격…흠…네이버는 호가죠. 안 팔려서 거기 있는거에요 등등. 경매로 받았다고 얘기하니 내 낙찰가를 듣고 집값을 확 낮춰도 수익나지 않느냐는 뉘앙스의 말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동네 부동산에서 안팔았다. 거의 5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그때갔던 부동산 손님은 5팀? 거의 없었다.
3월 22일 청소 및 인테리어
청소는 직접했고 인테리어는 하나도 안했다.
내 눈엔 집상태가 좋아보였지만 전문가가 봤을땐 다를수도 있어 부동산 사장님께 여쭤봤다. 역시나 하지 말라고 했다. 해도 그 값 못받고, 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도 않다고 했다. 다른 책이나 콘텐츠, 강의를 봐도 빌라는 인테리어가 거의 필수라고 말한다. 싹 바꿔서 매물의 경쟁력을 높여야 잘 팔린다고… 이건 케바케인듯하다. 지금 내가 이 매물을 내놓는다면 가성비 인테리어는 할 것 같다. 당시에는 화장실이 하고 싶었다. 잘 팔리는 매물은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한다. 주방, 욕실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주방은 쏘쏘. 화장실에서는 당시 유행이었을 것 같은 한쪽면 아트타일이 너~~~~무 별로였다. 어린왕자에 나올법한 장미가 욕실 한쪽면에 왕 큰 사이즈로 한 송이. 강렬한 빨강색.
알아보니 인테리어 중에서도 타일하는게 제일 비싸더라. 한쪽면만 타일 덧방도 알아보고 했지만 욕실 통째로 해도 150정도라는 말에 고민했다. 남편은 더러운게 아니고 이건 취향 문제기 때문에 안해도 되지 않냐고 했다. 만약 본인이 들어온다면 그건 신경이 안쓰일거라고…
이래서 빼고 저래서 빼니 다 쓸만해보여서 하나도 안했다. 대신 청소를 하기로 했는데….입주청소를 알아보니 30만원 안팎이었다. 이것도 보니까 찌든때가 심한게 아니고 바닥도 깨끗했다. 입주청소업체에서 해주면 문틀, 후드 이런 곳까지 깔끔하게 해주겠지만 나머지 보이는 곳은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결국엔 견적까지 다 내보고서도 결론은 셀프. 청소도 직접했다. 어차피 연식 있는 집은 새집처럼 입주청소가 된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물론 깨끗하면 좋겠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이사갈 때 내가 입주청소 불러서 치우고 짐 들어갔다. 다 그렇게 한다. 여기에 돈 쓸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났다. 솔들고 박박. 이런건 안했다. 청소기로 먼지청소, 물걸레 청소기 한번 돌리고 행주로 싱크대 닦는 정도만 해도 깔끔했다. 샷시에 손자국까지 다 제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간 김에 부동산도 한번 더 돌았고 처음갔을 때 문이 안열려있던 곳들도 마저 다녔다.
이렇게 낙찰받고 한 달쯤 됐을 때 매도를 위한 모든 셋팅이 완료됐다.
이제 신경쓸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매도까지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