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안해도 빨리 팔린다
내가 경매로 받은 첫 빌라는 낙찰에서 매도까지 총 6개월이 걸렸다. 일단 단기 매도를 꾀하고 들어간 것 치고는 꽤 오래 걸린 것이다. 물론 반려빌라가 되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다. 처음이라 겪었던 시행착오를 적어본다. 이 5가지만 안했어도 좀 더 빨리 팔았을 것이다.
1. 매도가 수시 조정
낚시할 때 미끼를 살살 흔들어줘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당근 부동산에 올려둔 글이 떠올랐다. 미끼를 살살 흔든다는 생각으로 100만원씩 찔끔 찔끔 낮췄다. 처음에 1억6000만원으로 시작했다. 1억5800만원, 1억 5500만원, 1억5400만원, 1억 5300만원, 1억 5000만원. 한 물건을 10번까지 끌어올리기 할 수 있다. 1억 5000만원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마지노선이었는데 나는 너무 쉽게 아무런 실익없이 제 살 깎아먹기를 한 것이다. 물론 누가 뭐라하진 않겠지만 가격을 다시 원위치로 올리는 것은...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짓이었다.
실제로 이렇게 하면 입질은 온다. 가격을 낮추고 게시글 끌어올리기를 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문의가 온다. 집을 보러오거나 아니면 집 보기도 전부터 깎아달라고…
이렇게 가격 내리는 것은 실익이 없다.
네이버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다. 네이버에서 가격을 조정하면 옆에 화살표가 뜬다.
위는 빨간색, 아래는 파란색 화살표가 가격 옆에 표시된다. 부동산 사장님들도 그게 안좋다고 조언했다.
난 그렇게 하면 자극을 주고 더 눈에 띌거 같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2. 부동산마다 다른 가격
전화로 집을 내놓을 때 부동산 사장님과 통화를 한다. 어느 사장님은 얼마까지 깎아줄 수 있냐 묻기도 한다. 내심 네고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금액을 말한다.
이 집도 처음에 16000만원이라고 했다. 15500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부동산은 16000만원, 어디는 15500만원으로 네이버 부동산에 올린다. 같은 얘기를 해도 부동산 사장님에 따라 "16000만원에서 한다 하면 쫌 깎아주는걸로요." 이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고 그대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 두건도 문젠데 나중에 100곳에 문자를 보내고 나면 관심있는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다. 부동산 사장님도 나를 간보고 구슬려보기도 한다. 얼마까지 깎아줄수 있냐고. 100곳을 뿌릴 때는 이미 내가 불안함을 느낄 때다. 그때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에는 더 관대할 수 밖에 없다. "잔금만 빨리하시면 15000만원도 돼죠."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해당 부동산은 15000만원에 올린다. 잔금만 빨리하시면...이러는 조건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빨리? 1개월? 1주? 명시되지 않은 조건은 조건이 아니다. 난 또 당근에서 열흘에 한번씩 16000, 15800, 15500. 이러고 있을 때였다.
물건은 하난데 가격은 서너개 이런 꼴이 된다.
결국은 이게 탈이났다. 5월쯤 매수의향자가 있다는 부동산의 전화. 처음 얘기했던 16000만원에서 200~300만원쯤 깎아주는걸로 얘기가 다 됐는데 그 다음날 매수의향자가 연락이 와서는 15500만원짜리 깎아준다면서도 더 비싸게 판다고 노발대발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에 더 싸게 올라와있다면서… 결국 그 계약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때까지 네이버 매물에 내 물건이 그렇게 많이 올라가있고, 그렇게 가격이 다양한지 몰랐다. 찾아보니 모르는 부동산에서 내 물건을 올려놓은 것 같았다. 처음듣는 부동산, 연락처도 없었다. 알고보니 부동산끼리도 네트웍크가 있어 매물을 공유하고 그런 과정에서 소개를 받고 올려놓았다고 했다. 본인은 가격을 그렇게 들었다고. 그러다보니 가격이 어디서부터 와전됐는지 누가 소개했는지도 모호해져서 책임공방을 벌 일 수도 없었다. 사실 책임은 나한테 있었다.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맞으니까…
부동산 사장님과 통화할 때 나는
"사람 하는 일이니 융통성있게 날짜도 가격도 다 협의됩니다. 인테리어? 뭐 필요하면 도배도 해줄 수 있고 여러모로 가능성이 열려있어요. 편하게 팔아만 주세요. "
이런 스탠스로 통화했다.
사람 좋은 털털한 아지매 느낌으로. 그런데 이건 동창회 자리가 아니다. 돈이 걸린 것이고, 일이다. 그때 깨달았다. 말투는 친근하고 공손하게는 맞지만 내용은 명확해야한다.
약간 협의는 가능하지만 매물 광고 올릴때는 꼭 0억원으로 해주세요! 이렇게 확실하게 해야한다.
통화할때 15500까지 된다고 말해서 매물광고에 15500에 올리면 매수자는 그 가격에서 추가로 네고를 하려고 든다. 따라서 애매하게 다 열려있다는 말 보다는 " 광고는 0억원으로 올려주시고요. 네고는 약간 생각중입니다." 이 정도면 된다. 딱 얼마까지 깎아주겠다고 말하면 그 가격은 마지노선이 아닌 시작 가격이 된다.
15500만원까지 된다고 말하고 그 가격에 올리면 15500에 도배, 15500에 계약금 5%로 낮추거나 아니면 잔금 시기를 늦춘다든지. 거기에 추가로 뭔가를 원한다.
따라서 내가 시작할때부터 많이 깎아준다고 말하는 건 말그대로 나를 깎아먹는 일이다.
3. 복비는 깎는게 아니다
전에는 부동산 중개료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집보여주고 계약서 쓰고 땡. 두번 만나는데 몇 백은 좀 많은거 아닌가 싶었다. 매수인은 그럴 수 있다. 그런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파는 사람은 절~~~~대 그러면 안된다. 복비는 더 얹어서 주지는 못할 망정 깎는거 아니다. 특히 빌라는 더더욱. 아파트가 아닌 주거형 건물 (다세대, 연립, 빌라, 단독주택 등)은 공인중개사의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부동산 사장님이 집을 팔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빌라 매도에 미치는 영향은 가격 5 / 집상태 2 /부동산 사장님 역량 2 /운 1 /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집따라 이것도 다르다. 어떤 집은 운빨이 8할이고, 급매의 경우는 가격이 다했다. 싶은 경우도 있다.
평균적으로 이렇지 않나 싶다.
빌라의 경우 워낙 매수자 우위 시장이다. 파는 사람이 을이다. 매물이 너무 많고 특히 오랫동안 안팔려서 쌓여있는 악성 매물이 많다. 그러다보니 그 많은 물건중에 내것을 꺼내서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부동산 사장님이다. 그래서 내꺼 좀 잘 봐달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가끔 연락해서 어떠냐고 묻고 근처가면 얼굴도 한번 비추고 해야한다. 경매는 했던 지역에서 또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번에 거래를 잘 터 놓으면 두고두고 아군이된다. 얘기도 훨씬 쉽게 풀린다.
집 하나를 팔기 위해서 그 집에 손님을 적게는 두 세번에서 많게는 수십번까지 보여줘야한다. 발품만 해도 상당하다. 거기다 매도 전후 양측에 계속 연락해야된다. 그것도 일이다. 심지어 매도하고나서 6개월은 매도자 책임 기간이라 누수 등 심각한 결격사항이 생길 경우에도 공인중개사가 중간에서 조율한다. 복비는 그만큼 받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