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직거래의 환상
복비 100만원도 아껴보자라는 생각에 직거래 많이 활용한다. 난 많이 내놔야한단 말에 당근에도 올렸다. 직접 보진 못했지만 온라인 카페나 유튜브에 보면 여기저기 당근으로 팔았단 얘기가 왜 이렇게 많은지…
공식 데이터를 보면 2025년은 아직 집계 전이고 2024년을 보자면 공식 당근 부동산 거래건수는 59,451건으로 약 6만 건이다. 그 해 당근 부동산 매물 등록 건수가 65만 건이라고 하니 10채 중 1채는 팔았단 얘기고 그러면 승률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물건은 당근에서 팔리진 않았다.
따지고 보면 손해볼 것은 없다. 올린다고 수수료를 내는 것도 아니고 당근에다 수수료를 더 내야하는 것도 아니다. 내 매물을 많이 노출시킨다는 측면에서 말리진 않는다. 성사만 된다면야 안할 이유가 없다. 다만 큰 기대는 하지말자.
당근에서 집을 올리면서 느꼈던 점들을 적어보겠다.
단점
1. 비용
보통 복비라도 아껴보고자 당근에 올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복비! 못 아낀다. 보통 매수인이 매도인과 함께 부동산 가서 대필?계약서만 써주고 10~20만원 계약서 쓰면 된다고 알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사례도 많다. 내 경우엔 이렇게 말했더니 부동산에서 안된단다. 손님을 내가 데리고가니 매도인 측은 안받더라도 매수인 측은 받아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시라. 복비 아끼고자하는 마음은 매도인보다 매수인 측이 더 클 것이다. 돈을 써야하는 측.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당근으로 집을 사려는 것인데 그런 사람한테 복비를 내라? 어불성설이다. 아쉬운 쪽은 매도인이니 그럼 내가 내겠소이다~~~계약서 써주세요! 그래서 매도인은 복비를 쓰게 돼 있다. 그마저도 해준다는 부동산이 별로 없다. 내가 손님을 데러가도 양쪽 다, 혹은 한쪽만이라도 받아야한다는 부동산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만약 매수 의향자를 만나 계약서를 쓰게 되면 잘 아는 부동산으로 가든지 아니면 공인중개사 날인 없이 단순 대필만 해달라고 해서 작성하면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매수 의향자와 협의가 잘 됐을 때 가능하다. 매수자는 싸게 사고 싶으면서도 안전은 포기할 수 없다. 공인중개사 보증이 빠진다든지 아니면 직접 쓴다고 했을 때 쉽게 응해주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2. 거품에 주의하라
단점은 허수가 많다. 딱 봐도 집 살 거 같지 않은데….싶은 경우가 꽤 있었다. 날짜가 잡힌 것도 아니고 굳이…? 이야기를 나눠봐도 관심없는 거 같은데…싶은 경우도 있었다. 별 사람 다 만난다. 꼬치꼬치 물어보고 사진만 엄청 찍고 바람맞는 경우도 많다. 허수에는 부동산도 포함된다. 부동산에서 매물을 확보하려고 연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3. 가격 후려치기
당근의 가장 큰 단점은 ‘후려치기’. 아니!! 집이 무슨 시장에서 파는 과일도 아니고 막 깎는다.
요즘 시장에서도 안 깎는다. 정.찰.제!! 1억6000만원에 올려놓은 집을 1억3천 사겠다며 찔러본다. 2~3천은 우습다는 식으로 깎는다. 후에 일이지만 기다리다 지칠 때쯤 당근에서 연락 온 매수 의향자가 있었다. 1억4000만원이면 매수하겠단다. 고민하다가 1억4500만원까지 깎아 주겠다고 말했다. 1억4000만원을 주장하던 그녀는 알겠다면서 남편과 상의해본단다. 남편이 관심은 있는데 가격이 안맞다고 500만원만 더 깎잔다. 잔금을 빨리하는 조건으로 1억4000만원까지 깎아주기로 했다. 남편 마음이 바껴서 안산단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가 많다. 당근에서 물건을 사고 팔아본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단 가격을 후려쳐서 찔러본다. 아님 그만이라는 식으로. 문제는 만원짜리도 아닌 억 단위 집도 이렇게 거래하려든다는 것이다. 강제성도 없고 중간에서 중재해주는 부동산도 없으니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을 겪게 된다.
4. 집 보여주기
또 다른 단점은 집 보여주는 것도 만만찮다. 손님이 없을때는 보기만 해도 좋겠다했는데 막상 당근에 올리고 보러오니 매번 내가 가는게 일이었다. 집에서 해당 물건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집 보는건 10분. 이것 때문에 왕복 2시간을 써야하는 것이다. 인건비도 차비도 안나오는 비생산적인…거기다 당근은 많이 보러온다. 초반에는 미리 날짜를 맞춰서 하루에 2팀 정도 묶어서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경매 경험자들에게 질문하니 직접 집을 보여주러 가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래를 뚫어놓은 부동산 사장님께 부탁한다는 것이다. 내가 손님을 데리고 가는거고 이 경우 부동산에서도 계약을 성사시키면 복비를 받으니 부동산도 좋을 거라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자신감을 얻고 매물에서 가까운 부동산에 전화를 했다. 한 곳은 싫다고 했다. 다른 한 곳에서 해준다고 했지만 떨떠름했다. 이 사장님도 3~4번쯤 가시더니 왜 나한테만 이러냐면서 당근은 어차피 안 산다고 핀잔을 줬다. 이미 글을 올리고 몇 개월이 지난 때라 보겠다는 문의도 차츰 줄어들어서 더 이상 부동산에 부탁할 일도 없었다.
장점
1. 많은 문의 – 내 집의 자신감 채우기
당근에서는 꾸준히 문의가 왔다. 실제로 보러오기도 했다. 집을 내놨던 기간 동안에 부동산보다 당근 손님이 더 많았다. 장점은 내 집에 ‘좋아요’ 눌리는 거 보면서 희망을 얻게 된다. 파는건 고사하고 보기라도 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 쯤이라서 문의하고 보러 온다하면 기분이 좋다.
2. 직접 마케팅
직접 보여줄 경우에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 그 집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가 부동산 사장님보다는 더 잘 안다. 따라서 유리하게 집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또 즉석에서 매수 의향자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 부동산에서 손님을 보여준 경우에는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거나 공통적으로 지목되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체적으로 깨끗해서 도배를 하지 않았는데 문틀 위쪽에 얼룩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난 보지 못했던 부분이라 그쪽에 액자 같은 그림을 껴뒀다. 베란다에 기존에 있던 조명, 벽지와 타일 등 전 세입자가 두고간 물건들이 있어서 그대로 뒀었다. 딱히 어디 둘 곳도 마땅치 않아 신경쓰지 않았었다. 그쪽으로 시선이 뺏기는 것 같아서 안보이는 쪽에 넣었다.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당연히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여주고 있는 동안 학교종이 울렸다. 소리가 꽤 컸다. 이런 것들도 내가 직접 그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는 지금 내게 당근에 또 매물을 올릴 것이냐 묻는다면 내 답은 Yes. Why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