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우레오 배 Oct 26. 2022

1등 강박, 그리고 영어회화책

우리 대학교 도서관. 한국으로 떠나오기 전날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를 둘러보며 아이폰 4S로 담았다. 호주의 laid-back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사진인 듯.



제품 디자인의 본질은 기능이다. 기능이란 곧 사용자의 편의와 만족이다. 사진 강의를 하며 이 얘기를 했다. 그간 손을 댄 여섯 가지 분야에 대해 모두 본질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니, 이만으로도 귀한 가을날 토요일 시간을 내어 3만 원이라는 강의비를 내고 와 주신 분들께 가치 있는 시간이었으리라 믿어본다.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아우레오 배의 세 번째 책이다. 이 이름은 어쩔 수 없이 이미 공인이 된 느낌이다. 네이버 검색량이 크게 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손으로 네이버 인물 등록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자의식이 강한 무식한 사람은 아니니.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할 땐 으레(이 말이 of course라는 의미란다) 시장조사를 한다. 나에게 시장조사란 소비자의 니즈가 아니다. 기존에 시장에 제공된 제품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사용자의 니즈와의 간극을 아는 일이다. 



기존의 영어 회화 책들을 모두, 다시 살펴보았다. 《영어책》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되고 난 이후 처음이랄까. 기존의 영어 회화 책들은 이 세 가지가 큰 문제다.

  

    사기꾼이 많다. 그런데 한국인의 대부분은 그를 알아보는 판단력이 없다.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 생각하지 않도록 훈련받는,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이제 돌아가도 되겠다는 몇 가지 확신이 있었다. 그 첫째가 외국인에 대한 판단력이 생겼음이고,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어딜 가나 같다는 깨달음이다. 기존에 베스트셀러인 책들의 저자들은 얼굴만 봐도 이 사람이 현지에서 루저고, 입을 열고 말하는 것만 잠시 들어도 이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이고 무식하게 자기 물건을 팔려고 들이대는 사기꾼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 기존의 대형 출판사들도 외국에 있는 책들을 어서 번역해다 팔 궁리뿐이다.   


    얕다. 한 권의 책에 그들만이 쓰는 편협하고 짧은 문장들만 아주 적게 들어 있다. '뼈와 살'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에 무시무시한 색깔을 쓰는 책은 아무것도 든 게 없다. 얼마나 얕고 보잘것없는지 이를 만들기 위해 희생된 나무들이 가엾다. 다른 회화 책들에 들어있는 짧은 문장들은 내가 매일같이 유튜브로 12초 내에 알려주는 문장들로, 무료로 그리고 직관적으로(쉽게) 대체된다. 굳이 책이라는 포맷을 쓸 이유가 없는 가벼운 것들이다. 영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집에 영어 책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울이다. 인간은 모두 거울로 태어난다.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만 사랑하며, 자기 이익만 챙기는 존재로 태어난다. 그런데 좋은 교육은 거울을 창문으로 바꾼다. 교육이라는 업계에 책을 내는 사람 본인이 아직 한참 거울인 것을 볼 때는 참 안타깝다. 영어 발음만 좋으면 그 사람을 맹신하는 우둔한 대중이 있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 '영어회화'로 서점에서 분류되어 있어 열어보니, 20대 밖에 안 된 여자의 자의식에 빠진 자서전인지, 영어를 배운 비결을 알려주는 책인지, 회화책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유튜브의 영향으로 출간 직후 2-3일간 반짝 베스트셀러 1위를 했지만, 그 후로 바로 한참 아래로 내려왔다. 대중을 바보로 알면 큰코다친다는 말을 어디서 읽었는데, 사람들이 바보는 아닌 것 같다.  

그러면서 새삼 나 자신도 되돌아보며 깨달은 바가 있다. 우리는 은연중, 생각 없이, 1등을 강박한다.

1등은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그런 것을 번쩍이는 금박으로, 책 표지에 드러내는 것은 그렇게 하는 사람의 불안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런 책들의 내용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나도 은연중, OREX를 한국 영어 1위 학원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의 리서치로 깨달은 점으로 인해 생각을 바로 했다. I thought better of it.

나를 믿고 오시는 분, 한 분 한 분이 확실하게 영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성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바로잡았다. 

《영어책》을 선택하시는 분, 한 분 한 분이 이 책에 흡족하실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하기로 마음을 잡았다.




OREX 수업 시작 한 달만에 <영어책>을 완독하신 멤버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



서울로 이사하고 본격적으로 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6개월 차. 나는 이미 돈은 충분히 번다. 지금으로도 만족한다. 이미 확실하게 OREX 멤버들이 영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드렸고, 내 교수법과 진정성과 효과성에 확신이 있기에 앞으로도 쭉 이 정도는 벌 것 같다. 멤버들에게 밥을 사고 생일 선물을 좋은 걸로 하느라 이번 달 카드값이 또 무시무시하지만.. 괜찮다. 나를 믿고 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현재 품절 대란 중인 《영어책》


이번 주말에 《영어책》 개정판이 드디어 나온다. 11월 1일 정식 출간.



아우레오 배

작가의 이전글 《영어책》 개정판이 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