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선택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 1
본디 대학원이란 학문을 향한 열정과 탐구심을 갖고 사물이나 대상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 연구하고자 하는, 그런 심오한 사람들의 영역이 아닌가. 그런데 고작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어 제2의 인생 설계를 꿈꾸는, 그런 현실적인 욕구를 지닌 인간이 감히 학문의 전당에 침범하겠다는 무례한 생각을 품다니!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하였으나 그것도 잠시 나는 이미 내년 3월 입학을 꿈꾸며 준비를 시작했다.
그만두고 싶다는 내 마음은 어쩌면 지루했던 일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없던 열정도 끌어 오르며 에너지가 넘치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결정장애를 가진 나의 머리를 터지게 하는 고민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중요한 고민들이었다.
고민해야 할 요소는 다음과 같다.
(순서와 상관없이, 두서없는 나열을 시작해본다.)
1. 뭘 공부할 것인가?
2. 지금 하는 일과 관련성이 있는가?
3. 내 평소 관심사를 반영한 전공인가?
4.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인가?
5. 그 분야의 전망은 어떠한가?
6. 일반대학원인가, 특수목적대학원인가?
7. 야간에도 수업하는 학교는?
8.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는?
9. 나를 잘 이끌어주실 교수님은 누구인가?
10. 직장 다니는 전공생을 허용하는 곳인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전공을 고르자!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내가 정말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전공을 고르는 일이었다.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아니,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즐겁다'라는 형용사는 나를 '까르르, 까르르'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절. 대.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공부하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닌지 자가진단이 필요하다.) 대학원은 학부와는 또 다르다. 대학원은 전공이나 대학원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논문'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고, 그 논문이 나의 커리어를 결정할 수도 있다. 물론 딱 졸업장만 있어도 되는 대학원 진학이라면 나와 다르겠지만. 나처럼 졸업장을 통해 제2의 직업세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논문'과 더불어, 공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학문적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그러러면? 당연히 조금이라도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분야,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여야 할 것이다. 즉, 아무리 돈이 많이 된다, 전망이 밝다 한들 조금이라도 내가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가 아니라면 끝까지 버텨내기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란 본래 고행의 길이라지만! 그래서 그나마라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 궁금했던 분야를 고르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솔직히 어떤 면에서는 교육학 관련 분야는 피하고 싶었다. 사실 이제 ‘교육’이라면 지긋지긋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그놈의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인재로 거듭나기 위해! 아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서 융합형 인간으로 거듭나 보는 것은 어떠한가!라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그런데.... 막상 고르려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아주 새로운 분야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은 참 도전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동안 하던 일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배움을 얻는다면, 그것으로도 또 나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원래 전공을 조금 비켜간, 교육학 분야의 다른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새로운 진로 실현의 가능성은?!
다음으로 고민했던 요소는 이 전공을 공부한 후, 정말 새로운 진로를 꿈꿀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직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 부분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데 사실 이게 답을 찾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구글링도 해보고, 책도 찾아봤지만 명확하게, 졸업 후 현황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사전조사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만 할 수 있는 전공이 아니라면(국문학, 국악 이런거야 유럽 가서 배울 순 없으니....) 대부분 석사든 박사든 외국에서 하고 온 사람들이 1순위 대접을 받는(특히 미국) 우리나라 학문 분야의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 박사를 하면 다들 교수가 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국내 박사로는 어떤 전공이든 학교에 남아서 교수가 된다는 헛된 희망은 애초에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물론 한국에서 공부한 사람을 뽑는다고 해도 내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안전한 진로 같은 것은 예측할 수 없었는데, 그때 문득 들었던 생각.
애들한테 맨날 꿈을 꾸라고 하고,
도전하라고 말하면서 내가 이러고 있다니...
그래, 다 알고 들어가면 그건 '도전'이 아니지.
그래,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도전’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안되면 말지, 이런 생각은 아니었다. 시작한다면 어떻게든 이걸로 결실을 볼 마음은 있었다. 그렇다면 사실, '도전'하지 않고는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선 하긴 하겠다고 생각하고 몇 가지 조건들을 좀 더 고려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