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일이다.
나는 창고 한 켠에서 액자 포장에 몰두하고 있었다.
내 일이 따로 있었지만, 손이 빠르다는 이유로,
또 일이 쌓여 있는데 가만히 있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 자청한 일이었다.
그 시절 나는 일을 참 많이, 열심히도 했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아니, 문제는 딱 그거였다. 나는 일은 좋아했지만, 돈을 벌 줄은 몰랐다. 하하
삶은 그저 바쁘기만 했고, 웃음은 점점 잊혀갔다.
나보다 훨씬 연배가 많은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목례로 살짝 인사만 나누고 서로 말도 없이, 종이박스만 우직하게 부스럭거렸다.
적막감이 감돌았다.
그것은 내 마음일지도 모른다.
“처자는 나이가 많아 보여.”
아주머니가 무거운 침묵을 깼다.
그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나이 들어 보인다니, 그것도 그렇게 갑자기 불쑥 들은 건 처음이었다.
“아… 그래요? 나이를 좀 먹긴 했죠. 하하”
아주머니는 이어 말씀하셨다.
“뭘 그리 열심히 해? 이렇게 좋은 날에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마 그날은 토요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제야 일손을 놓았다.
작은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을 보았다.
밖은 이미 꽃이 만개한 봄이었고, 나는 그 계절을 실감 못한 지 오래였다.
그게 뭐 대순가?
내가 그렇게 안쓰러워 보였을까?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감추며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자식 자랑도 들었고, 힘든 얘기도 들었고, 따뜻한 믹스 커피 한 잔도 받았다.
기계처럼 움직이던 내 행동이 멈춰지고 뭔가 마음에서 일렁이는 시간이었다.
다시 일은 시작되었지만 아주머니의 그 한마디가 자꾸만 맴돌았다.
‘늙어 보여.’
내 삶은 이렇게 어두운 창고처럼 찌들어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는 거지?
남들도 알아볼 정도로 나는 어느새 폭삭 늙어버렸다. 어쩌면 좋지?
마음이 어두워졌다.
일을 마치고 나올 때 아주머니는 내 등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일 참 잘해. 아주 야무져.”
그 말에 나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여쭸다.
“아주머니, 저 몇 살 쯤으로 보이세요?”
아주머니는 다시 나를 보시더니 말했다.
“음… 스물아홉? 몇 살인데?”
“아, 네에. 그쯤 돼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는 내 나이를 제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는 웃음이 났다.
‘네 삶이 요즘 너무 건조하지 않느냐’는 우주가 건네는 작은 장난 같았다.
당시 내 나이는 훨씬 훨씬 많이 먹어 있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