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기사를 보면서 최근 10년 동안 황혼 이혼이 46퍼센트나 증가한 이유가 궁금했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부부의 이혼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혼인을 30년 이상 지속한 뒤 이혼한 고령 이혼 건수는 1만 5128건으로 전년(1만 4794건) 대비 2.25%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이혼 건수는 9만 1151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혼인지속기간별 이혼 구성비는 5~9년(18.0%), 4년 이하(16.7%), 30년 이상(16.6%) 순으로 많았다.
30년 이상 같이 살았다면 부부 모두 노년기다. 새로운 것 보단 익숙한 환경을 선호할 시기다. 변화를 많이 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이혼을 희망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이혼하면 부부에게 큰 변화를 준다. 특히, 고령에 이혼을 결정하는 일은 이전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엔 기대 수명이 늘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더라도 각자 자유롭게 살기 위해 이혼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성우 출신 김영옥 연기자는 한 프로그램에서 이혼하고 싶은 생각을 전했다. 그녀는 이유를 자유롭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어떤 자유를 말할까?'
80세 후반임에도 여전히 연기자로 방송인으로 일하는 그녀의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남편이 사소한 일로 자주 서운하게 해서 남은 인생은 혼자 살고 싶다'
이런 표현으로 이혼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 그녀는 결혼생활만 65년째다.
다시 태어나면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엔 진심이 묻어났다.
그녀의 표현 중 '사소한 일'에 주목했다.
둑이 작은 균열에도 무너질 수 있듯이 부부 관계도 아주 사소한 일에서 사이가 벌어질 수 있다.
친정 부모님은 60년 동안 함께 사셨다. 지금은 두 분 다 돌아가셨지만 내 눈에 비교적 다정한 편이었다. 나이 들수록 소소한 일들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좋았다. 엄마가 치매환자로 사는 동안에도 아버지가 곁에 계셨다. 아버지가 엄마를 아까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끼는 마음이 느껴져야 부부 균열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끼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아끼다라는 말은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 보살피거나 위하는 마음을 가지다'란 의미다.
소중하게 여기니까 보살필 수 있는 것이며, 위하는 마음은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중년이 되어 보니 부부관계는 쉽지 않아 보인다. 상호적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이 든다.
친구 중 여전히 잘 사는 커플도 있고, 이혼한 친구도 있다.
이혼한 경우, 대부분 배우자로부터 배려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예가 많다.
중년이 되면 자녀가 독립해서 부부만 남기에 이전보다 더 친밀해지질 원한다. 특히, 아내 쪽에서 그런 감정을 더 느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남자에 비해 빈둥지증후군을 많이 경험하기 때문이다.
빈둥지 증후군은 중년에 이른 여성이 마치 텅 빈 둥지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허전함을 느끼는 정신적 위기를 말한다.
자녀 양육을 마치고 할 일이 감소하면 이 시기에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심리적 현상이다. 다시 돌봄 같은 일로 존재감을 찾지 못하면 무가치함으로 우울을 경험할 수 있다. 가정주부로만 오래 살아 온 아내라면 허전함이 더 할 것이다. 보통의 남편은 중년기까지도 사회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 상대적으로 이런 현상을 덜 느낀다.
자녀가 독립하면 신혼기처럼 중년기 이후 부부끼리만 생활한다. 더 친밀해지기 좋은 시간이다. 그동안 친밀함을 유지하지 못했다면 이 시기엔 소원해지기 쉽다. 때로는 이 무렵부터 황혼 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혼의 주요 이유를 살펴보면, 배우자의 외도나 폭력과 같이 다른 세대와 동일한 경우도 있지만 이 시기엔 교감이 줄어들어 정서적 문제가 사유가 될 수 있다. 상호 정서적 거리감이 커지면 이혼 확률이 높다.
이미 자녀는 부모 곁에 없어 불만이 쌓이고 갈등이 커지면 화해도 쉽지 않다. 부모 부양과 자녀 돌봄에서 벗어자 새로운 노년기 삶에 대한 재정립 욕구가 커진다.
둘 다 은퇴한 이후라 온종일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갈등이 있는 사람들이 오래 시간 있은 것은 심리적 불편함이 커진다.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같이 지낼 이유를 못 느낀다. 결국 별거나 이혼도 쉽다. 뒤늦은 나이에 자기실현 욕구를 위해 자유롭게 산다고 해도 이해될 나이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60~70대여도 향후 20~30년은 더 살아야 한다. 얼마든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부부끼리 작은 일이라도 마음을 써주는 것은 중요하다.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 좋다. 중노년기엔 두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취미 활동을 찾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여행, 봉사, 운동 같은 것이다. 취미 활동이 같지 않다면 각자 시간을 보내도 된다. 서로 배우자가 따로 취미활동을 할 시간을 자유롭게 할애할 필요가 있다.
부부라도 선호하는 부분이 다르면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남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로 둘이 함께 하거나 하지 않더라도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은퇴 이전부터 두 사람의 노년기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은퇴 자금을 준비하고 여가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상시 부부 사이엔 고마움과 존중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상호 존중하는 태도는 애정 욕구를 충족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나이들어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애정 표현은 갑자기 하면 어색하다. 젊은 시절부터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연습도 필요하다. 그것이 아끼는 마음이다.
부부 간에 도움이 되는 표현을 알아보자.
'오늘도 고생 많았어.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든든해'
'당신 덕분에 다행이야'
'사랑해'라는 말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주 해도 가장 부작용이 없는 말이다. 보고 싶다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 외
'당신 덕분에 ~~을 했어'와 같이 배우자의 수고에 대한 감사를 드러내는 말도 도움이 된다.
말과 더불어 행동도 뒤따르면 좋다. 스킨십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손을 잡거나 가볍게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이다.
대화할 때 서로의 눈을 응시하고 웃으면서 맞짱구를 쳐 주는 것도 좋다.
상대가 말할 때 다른 곳을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휴대전화기나 TV등을 보면서 대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성의가 없어 건성으로 보인다.
배우자의 사소한 행동에도 감동하기 쉽다. 반대로 사소한 말로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하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직접적인 표현이 쑥스럽다면 편지나 메모를 보내도 괜찮다. 기념일처럼 중요한 날이나 평상시 작은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두 사람의 애졍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찾는 노력이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하루 한 번 이상 서로에 대해 감사한 일 찾기
하루 10분 정도라도 대화하기
일주일에 한 두번은 마주하며 조금 더 긴 이야기 나누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드라마나 영화 함께 보기
서로 좋아하는 메뉴로 외식하기
주 1회 함께 장보고 요리하기
애정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 외에도 다양하니 커플이 찾아 보는 것이 좋다.
황혼기까지 부부가 잘 지내면 좋겠으나 상호 애정과 자유로움을 채워줄 수 없다면 이혼도 고려하는 예가 있다. 누군가에겐 황혼이혼이 끝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다.
초고령화가 되면서 황혼 이혼에 대한 시각도 바뀌는 추세다. 이전과 달리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여긴다. 이전처럼 이혼을 실패로 보지 않는 사회적 편견도 감소한 때문이기도 하다.
황혼이혼 후 더 건강한 생활을 하는 노인도 있다. 부모, 자식, 배우자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노년일지라도 개인의 자유를 위한 선택으로 이혼한다면 황혼기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다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