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내 삶의 우선순위

나이 들수록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욕구

by 오로라

중년이 되면서 이전과 비교해 옷, 신발, 가방 같은 소비재를 덜 구매하고 있다. 인간의 욕구와 깊은 연관이 있어 매슬로의 욕구 이론으로 살펴보았다.




첫째, 기본적인 생리 및 안전에 대한 욕구는 이미 충족된 후 안정된 상태다. 젊을 때는 옷, 신발과 같은 눈에 보이는 소유물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안전감을 확보했던 것 같다.


그러나 쉰 살이 넘으면서 의식주를 위해 새로운 물건으로 채우려는 욕구는 줄었다. 최상은 아니더라도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있고, 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는 웬만큼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둘째, 사회적 인정 욕구도 크게 약화하였다. 젊을 때처럼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최신 물건을 소유하지 않아도 뒤처진다는 느낌은 없다. 나이가 들면서 남의 평가보다 내가 즐겁고 편안한 것이 더 중요해졌다. 특히, 과시적 소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점점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젊은 날처럼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높은 자리에 올랐어도 이젠 내려와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그런 탓에 물질에 대한 소비는 점점 줄고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다.


셋째,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자아실현 욕구로의 전환이 더 강해지고 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유형의 것보다 지적인 경험이나 인간관계처럼 내적 만족을 추구하는 쪽의 가치를 더 크게 부여한다.


그래서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소비재 구매 대신 나를 위한 여행, 배움, 운동, 건강 관리 같은 활동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넷째, 점점 삶의 본질적 욕구 추구를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젊을 때는 때때로 갖고 싶은 것을 바로 얻고자 하는 충동에 쉽게 흔들리는 편이었다. 즉시 욕구를 채우는데 가장 쉽고 편한 마음이 구매를 통한 만족이었을 테니까.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절제와 자기 조절 능력이 발달해 마음만 먹으면 이런 결정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매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삶의 태도까지 내면의 욕구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아 어떤 날은 스스로 토닥인다.




고인이 되신 친정 부모님의 60세 이후 삶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경제적 넉넉함이 적은 탓도 있지만 있는 것으로 자족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부모님이 몇 십년 동안 사용하셨던 물건 일부는 아직도 내 살림살이 속에 남아 있다. 여전히 쓸만한 상태로. 낡고 모양이 세련되지 않아도 기능상 문제는 없다.


나이 들수록 단순한 삶과 편안함이 중요해진다. 나 역시 이젠 마음의 평화를 더 많이 추구하는 것 같다. 화려한 옷이나 신발처럼 눈에 보이는 것보다 건강이나 가족과의 친밀감, 일상의 평안이 더 가치가 있다. 욕구 충족의 우선 순위가 변하고 있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젊을 땐 남이 바로 볼 수 있는 외형적인 면을 강조하며 물질적 소유에 큰 가치를 부여했다면 중년 이후부턴 내적인 만족이 더 강조된 삶이다. 특히, 좋은 인간관계, 신체적 건강, 정서적, 심리적, 정신적 만족이 더 중요함을 새롭게 인식한다.




인생의 마지막 시간엔 모든 것을 비우고 떠나는 것이 순리다. 소유를 아무리 많이 해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의 끝이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과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을 붙잡고 떠나는 날이 마지막 날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내 삶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잘 살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것인지에 더 집중한다.


한가지 더 생긴 새로움 다짐이 있다. 내가 떠난 후에 내 소유물로 인해 남겨진 누군가가 정리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을 쓰게 하고 싶지 않다. 친정아버지와 엄마의 마지막 시간을 통해 웰다잉의 본질적 의미를 더 많이 이해했기 때문이다. 소박하게 사신 덕분에 유품과 상속 문제는 어려움이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겨서 힘들게 정리할 것이 없었다고 해야 한다.



소박한 살림 속에서도 두 분은 나와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 일상의 편안함을 꿈꾼다.


매일의 행복이라는 것이 마음먹기에 따라 별 것 아니다.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렵다. 살아 숨쉬는 동안 욕망과 욕구는 수도 없이 올라오니까. 점점 더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 들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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