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모임이 많아지는 12월이다.
저마다 모임의 성격은 다르지만 대부분 모이는 사람들의 관계에 따라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학연이나 지연, 업무로 연결된 관계로 만들어진 사적, 공적 집단의 모임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도 참석에 영향을 준다. 혹은 집단 구성원이 누구냐에 따라 모임에 가거나 불참을 선택하기 쉽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과 송년 모임과 같은 성격의 인연을 이어가는 걸까?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라면 그 모임은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참석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좋거나 향후 더 좋아질 것이라고 느껴야 한다. 즉, 인간관계의 질에 따라 참석 여부가 가려진다. 심리학에서 인간관계의 질과 행복과의 연관성 연구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인이다.
상담학에서도 좋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인간관계의 질은 사람들 사이에 친밀감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친밀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나이들수록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는다면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자기 만족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은퇴시기가 가까울수록 사회적 역할의 축소로 대인관계 역시 줄어드는 예가 훨씬 많다. 대신 친밀한 소수와 더 자주 만난다. 이는 편안한 인간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무언가 편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익숙함 때문이다. 익숙해지려면 잦은 관계의 접촉이 일어나야 한다.
낯선 곳에 처음 갈 때 호기심도 있지만 두려움으로 멀게 느낀다. 자주 가본 곳을 더 편하다고 느끼기에 낯선 곳은 상대적으로 불편하다. 하지만 처음 간 여행지에서 되돌아올 때는 훨씬 빨리 온 것처럼 느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 이유도 익숙함으로 비슷하다. 즉, 목적지까지 한 번 가본 탓에 되돌아오는 코스가 같아도 편안하게 주변을 인식한다. 사람들은 좋다고 인식한 것을 더 자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주 하다보면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편안해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은 내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대상이다. 무언가 같이 할 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혹은 정서적 거리가 더 가깝다고 인식하면 무리 중에서도 특정 인물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상대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거나 나도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서로 경청하는 것의 어려움이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든다면 좋은 관계라고 봐도 된다. 누군가 상대를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좋은 사람이야'라고 대답할지 모른다. 이어 '뭐가 좋은데?'라고 물으면 '성격이 좋아' 또는 '성품이 반듯해'라는 식의 이야기를 건넬 것이다. 이처럼 좋은 사람은 성품을 거론할 때가 많다.
성품은 인격이란 단어로 대표된다. 인격이 좋은 사람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첫째,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다. 타인에게 신뢰를 주려면 말과 행동이 믿을만해야 한다. 즉, 언행일치가 보이는 사람을 우리는 좋다고 평가한다. 반대로 약속을 자주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신뢰를 떨어뜨린다. 또한 자기 이익의 유불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도 신뢰를 주기 어렵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관계에서 안정감을 준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불확실성이 높아 관계의 질 역시 낮아진다. 따라서 좋은 사람은 신뢰를 기반으로 관계를 형성한다.
둘째, 감정조절능력이 높은 사람이다. 나이들수록 안정적인 감정으로 의사전달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연륜처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런 사람들은 성숙하게 행동한다. 즉,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에게도 안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반대로 충동적이고 감정을 폭발하는 식으로 대화 하는 사람은 상대와 다툼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옛부터 노인을 예우한 이유 중 하나는 경험에서 오는 지혜일 것이다. 지혜는 갈등상황에서 구성원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고 공동체의 이익을 해하지 않는 쪽으로 발휘한다. 즉,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이다.
셋째,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수용한다. 상대로하여금 존중받는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좋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상대의 입장보다 자신의 감정을 앞세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수직이나 위계에 있는 관계라면 더 그러기 쉽다. 반대로 이런 관계에서조차 상대를 공감한다면 오히려 인격 좋은 사람으로 평가받기 쉽다. 당연히 모임의 구성원으로부터 긍정적인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며, 대인관계 역시 훨씬 좋아질 것이다.
결국, 좋은 인간관계는 관계에서 사용하는 말솜씨라기보다 몸에 베이 있는 인격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여러 형태의 모임에 나갈 일이 많을 것이다. 이 때 누군가를 떠올리며 참석 여부를 고민한다면 상대의 인격을 생각해보라. 반대로 누군가 나 때문에 해당 모임에 불참하지는 않을까도 숙고해 보자.
좋은 인간관계는 인격적으로 상호 성숙한 만남이 지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받기만 하려는 태도는 상대방으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즉, 정신적, 심리적 소진을 불러일으킨다. 결과적으로 관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상대가 나를 피하고 있다면 나의 인격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개인은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에너지의 총량이 다르지만 정해져 있다. 이 에너지를 오로지 타인을 위해 소모하면 자신은 더 빨리 소진된다. 베터리가 방전되면 기능하기 어려운 것처럼 나와 상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나에게 심리적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관계라면 지속할 필요가 있다. 나는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사람인지, 방전시키는 사람인지 돌아보자. 만나기 껴려지는 상대가 있다면 그 역시 같은 기준으로 살펴보라.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며 나에게 힘을 주는 사람은 누구이며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각해보자. 더불어 인격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돌아보자. 저물어 가는 시간 그동안 나와 맺은 인연들의 인격도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오늘 저녁, 첫눈 예보가 있다. 이런 날, 누군가로부터 꼭 만나자는 연락을 받게 된다면 당신은 상대에게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상대방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그 만남은 계속 이어가자.
나이들수록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은 큰 재물을 얻는 것보다 귀하다.
점점 날씨가 춥고 실물경제도 어려워 저절로 움츠려들기 쉬운 계절이다. 하지만 연말 연시에 좋은 사람들의 모임 속에서 미담까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