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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고양이 May 22. 2023

어긋난 사이

8. 이렇게 끝인 걸까

내 마음을 정말 모르는지 모른 척하는 건지. 

어디까지 내가 못 돼져야 하는지 나만 나쁜 애 같아 억울한 감정마저 들었다. 

‘차마 좋아한다는 말은 먼저 못 하겠는데. 죽어도 못하겠는데.’

“너! 나한테 왜 그러냐?” 

차라리 화내고 물어라도 보면 못이기는 척 아니 나도 끝장을 보겠다는 심정으로 

"네가 좋아서 그런다." 

마지못해 떠들어라도 볼 텐데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 게. 


그러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우리는 크게 싸웠다. 

그날은 그동안에 서운함이 폭발해서 민성이를 때리기까지 하고 말았다.

“야! 뭐 숙제 안 해왔어?” 

“어, 이제 숙제를 못 해줘. 축구 연습해야 돼.” 

민성이는 차분하게 말했다. 

“뭐?” 

나는 화가 나서 그 아이를 주먹으로 어깨를 때렸다. 

그리고는 더 때리겠다는 듯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민성이는 화를 참느라 이를 악물며 

“하지 마.”

순간 나는 그 목소리에 무서움을 느껴 멈칫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고 할 말도 없고 이렇게 둘의 관계가 끊어질 거 같아 

민성이 책상에 있던 책을 집어 패대기쳤다. 


그러자 그 아이는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더니 나를 뒤로 세게 밀쳤다.

나는 멀리까지 밀쳐졌고 뒤로 넘어졌다. 

순간 멍해졌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아픔, 놀란, 창피함이 뒤섞였다. 

‘이 정도로 내가 싫었나?’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찢어졌다.


“너 숙제는 앞으로 네가 해! 부반장이면서 왜 남한테 시키냐.”

그동안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고 부반장이라는 타이틀로 시켰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그동안 칠판에 이름을 적은 것도 있으니 부반장이라고 괴롭혔던 것이 사실이니 그렇게 

느낄 법도 하다. 

속마음을 정통으로 찔렸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얼어붙었다. 

이대로 돌이킬 수 없이 우리 관계가 끝난 것에 너무 슬퍼서 나는 주저앉아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아이들은 내가 넘어지자 우르르 몰려들었고 

내가 다친 줄 알았는지 모두가 나를 걱정하며 민성이를 나무랐다. 

“이 새끼가.” 용섭이가 민성이 멱살을 잡았다. 

우리 반에서 제일 덩치 큰 용섭이가 민성이 멱살을 잡으니 큰일 났다 싶었다. 

사달이 날 걸 알았는지 모두가 용섭이를 뜯어말렸다.

그 사이 민성이는 용섭이의 손목을 뿌리치고는 책을 책상 위에 던져 놓고는 나가버렸다. 


내가 바라던 건 이게 아닌데. 

너무 서러웠다. 

‘네가 정말 좋아서 그랬어. 괴롭힌 건 네가 날 봐줬으면 해서야. 오늘 너 때문에 예쁘게 머리도 묶었는데. 

축구가 나보다 중요해? 숙제 그까짓 거 내가 네 것도 다 해줄 수 있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데 왜?’

우리 관계는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생일 때문이었을까? 영주 때문일까? 아니면 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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