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자마자 나는 까미와 산책 나갈 채비를 했다.
어제는 비가 와서 산책을 못한 탓에 우리는 서둘렀다.
누구나 아침에 화장실을 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까미도 밖으로 나가야 시원하게 거사를 치른다.
아침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주섬주섬 옷을 집어 들기 무섭게 까미는 산책 타임인 걸 알고 흥분해서 소리를 지른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슴줄을 채우고 물티슈를 옆구리에 끼고 우리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드디어 나가는구나 싶은지 이쯤이면 언제나 나를 올려다보며 한참을 눈으로 말한다.
'고마워 엄마.' 하는 듯하다.
안고 있었다면 분명히 뽀뽀를 해줬을 아이다.
그렇게 나는 까미가 편하게 볼일을 보도록 지켜봐 준다.
봉지에 응가를 집어넣고 단지를 한 바퀴 돌고 집에 와서 발바닥을 닦아주면 까미와 나의 아침 루틴 중 하나가 끝난다. 이제는 각자의 시간이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집 안에 박스가 가득해져 현관문 밖에 내다 놓고 점심 메뉴를 고민했다.
감자와 양파가 많으니 오늘은 카레를 하기로 하고 감자 양파 당근을 썰고 고기는 없어서 비엔나소시지를 볶았다. 소시지를 볶은 팬에 야채를 넣고 숨이 죽으면 물과 카레를 섞고 25분 타이머를 맞췄다.
물양이 조금 적은 거 같아 물을 더 부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을까.
까미는 뭐 하나 싶어 까미를 부르며 안방으로 갔다.
이불 모양을 보니 까미가 있지 않은 게 한눈에 들어왔다.
늘 침대 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을 텐데 이상했다.
어디 갔지? 나는 자동으로 소파 쪽과 식탁아래를 바로 훑었다. 역시 없었다.
"까미야." 불렀지만 어디에서도 반응이 없었다. 어딘가 있다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쪼르르 달려 나올 텐데.
작은 방에도 가보고 혹시 드레스룸에 갇혔나 싶어 가보았다. 세탁실에 옷방에 샅샅이 뒤졌다.
이제 발걸음이 빨라졌다.
헉! 혹시 베란다 창이 열려있나? 놀라서 가보니 방충망이 다 닫혀있었다.
가끔 신랑은 답답하다고 방충망을 열기도 하지만 이번주는 신랑도 없으니 열려 있을 일은 없었다.
다시 차분하게 까미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빠르게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분명히 산책하고 들어왔다. 발까지 닦아 준 것도 기억이 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집에 없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으니 이제 심장이 마구 뛰었다.
열어보지도 않았던 다용도실까지 열어보고 혹시 몰라 납작한 이불까지 다 들췄다.
맙소사. 진짜 집안에는 없다. 큰일이다. 뭐가 잘 못 된 거지?
마지막 욕실까지 갔다가 현관문이 보여 혹시 하는 마음에 머리보다는 손이 먼저 움직였고 문이 열렸다.
갑자기 까미가 현관문 사이로 쏜살같이 들어왔다.
까미가 밖에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 나간 거지? 내가 언제 문을 열었지?
아! 박스를 버릴 때 쫓아 나왔나? 그럼 그때부터 지금까지 밖에 있었다는 건가.
다리에 힘이 풀렸다.
까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얼른 까미를 안고 심장을 만져봤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인지 놀람도 없어진 거 같다.
하지만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거의 40분.
까미는 밖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버림받았다 생각했을까? 본인의 실수로 들어갈 타이밍을 놓쳤다 생각하며 자책하진 않았을까
혼자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내 눈물까지 쏟아졌다.
5일간 아빠가 못 봐서 문밖에 소리에 늘 예민했던 아이였기에 아마도 문 여는 소리에 아빠 온 줄 알고 따라
나왔었던 모양이다.
카레를 만드는 내내 밖에서 떨고 있었을 까미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
워낙 겁이 많아서 돌아다니지 않고 문 앞만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혹시 누가 데리고 가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싶어 순간 또 몸서리가 쳐졌다.
그렇게 순간 이산가족이 될 뻔한 까미를 한참을 안아줬다.
기분전환이라도 시켜줘야겠다 싶어 함께 목욕을 하고 긴장했을 까미를 푹 재웠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아들 엄마 옆에만 꼭 붙어 있어야 돼.
나는 바로 쿠팡에서 방울 목걸이를 샀다.
이제 소리 내고 다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