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코로나가 앗아간 봄

by HoA

외부 일정으로 택시를 타고 가던 길

창 밖에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 와중에 꽃은 예쁘게 피었구나'

혼잣말을 내뱉는 순간

서글픈 감정이 울컥 솟으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떠올랐다.

코로나 이후 답답한 날들이 한 두 달 쌓이니

서글픈 마음이 멍울진다.

강점기를 살아냈던 사람들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설움'을

공유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정말 괜찮다.

병에 걸리지만 않는다면 불편한 일들도

차차 적응이 될 것이다.

9살을 맞은 아이가 화사한 봄을 즐길 수는 없겠지만

그 또한 전혀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코로나가 이 땅을 점령한 시간 동안

어떠한 이웃들은 상처가 많이 깊어질 것이고

그 상처가 그들의 일상과 인생을

흔들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프다.

대책이 없는 사태처럼 감정도 이 글도 맺기가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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