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버스 안,
한강대로를 지나다가 빨간색 벤츠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난생처음 본 것도 아니지만
정통 세단과 빨강의 조합은
망사스타킹을 신은 교생 선생님처럼
어정쩡했다.
'저 사람은 도대체 차가 몇 대나 있는 걸까?'
'막상 도색된 차를 보고 후회하진 않았을까?'
'우리나라엔 빨간 벤츠가 몇 대나 될까?'등의
쓸데없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다가 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1월 말 엄동설한에 뚜껑을 열어젖힌
흰색 오픈카가 도로 위에 서 있었던 것이다.
질주의 기미라고는 없이 서행과 정지를 반복하는
출근길에 4말 5초쯤 된,
머리숱마저 세월에 많이 흩날려버린
한 남자가 두툼한 패딩을 입고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차가 고장이 났나?'
'혹시, 뚜껑 닫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속이 얼마나 갑갑했으면 저렇게까지 할까?'
그다지 추워하는 기색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한겨울, 오픈카, 패딩, 교통정체라는 조화롭지
못한 상황이 자아내는 어색함 때문에
괜히 안쓰러운 맘이 들었다.
그들이야 만원 버스를 타고 서서 출근하는
내 처지를 더 동정할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어색한 벤츠 두 대를 만나 쓸데없는
생각을 한 그런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