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공포와 타인 혐오

코로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by 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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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생겨났다.

유쾌한 단어가 아닌 것은 분명해도

꽤나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고

나름대로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지난 금요일 출근길 버스는 상당히 붐볐다.

자리에 앉지 못한 채 좌석 손잡이에 지지하고 섰는데

기사님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휘청했고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은 여자 승객에 더 다가설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 여자 승객이 내게 보내는 경멸에 찬

눈길은 일생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고

설사 발을 밟혔어도 보이지 말아야 할 정도의

것이었다.

그렇게 유난스러운 사람이 왜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지 그녀 개인을 이해할 수 없기도 했지만

타인을 잠재적 병원균 취급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시기가 너무도 서글펐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이웃이라기보다

바이러스 전달자로 보는 코로나 시대인 것이다.

사회적 거리를 지키려는 노력은

자신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타인을 배려하는 의미로 너무나 중요함을

누구나 알고 있다.

다만, 그중 일부는 코로나 공포에 잠식되어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행동 양식을

타인 혐오로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일들이 익숙해지면 그런 변질된 프레임이

확대되고 고착화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꽤 오랫동안 이렇게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만약 그래야 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타인과의 정서적 교감을 단절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덧 이런 생활이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에게

어떤 처방이 있어야 할까 고민이 많아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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