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내게 준 것

by 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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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전 대출을 크게 받아 자그마한 건물을 매입했다.

남편과 내가 일찍이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우리 명의의 건물이 생기면 청년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들의 성공을 돕는 역할을

해보자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목표는 우리가 열심히 벌어서 임대료에

의지하지 않아도 될 경제 수준이 돼야 가능한

상당히 먼 일이긴 하다.

어쨌거나 우리는 첫발은 내디뎠고

대출이자는 충당해야 하므로 임대료는 받지만

이변이 없는 한 인상은 하지 않기로 하고

소소한 임대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세입자들과 불필요한 연락은 하지 않지만

명절이 되면 작은 감사선물을 전하는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장님들이

걱정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길거리에 나와

상관없는 작은 가게들을 지나면서도 마음이

무거운 지경이 되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이 사태가 지속되면 우리도

임대료를 깎아드리자 남편과 의논했다.

대출이자는 물론 부담되지만 우리는 그래도

월급 받으니 어느 정도는 괜찮을 터였다.

여차저차 매상이나 올려드릴 겸 오랜만에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고 임대료 얘기는 전화로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장님께서

잠깐 얘기를 청하셨다.

마음의 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었지만

혹시 무리한 요구를 하시면 어째야 하나 덜컥

긴장도 됐다.

사장님은 다음 달 재계약이 도래했다며

계약을 유지하고자 하신다는 말씀만 짧게 하셨다.

다른 말씀을 안 하시는 것이 오히려 안타까웠다.

나는 사장님께 요즘 많이 힘드신 줄 알고 있으니

임대료를 낮춰드리겠다 말씀드렸고

사장님은 요즘 본인만 힘든 것도 아니라며

오히려 애들 키우며 직장 다니는 내 걱정을 해주셨다.

정작 사장님은 의연하신데 내가 오히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힘들긴 하지만 다 같이 힘든 시기인데 어찌 본인만

도움을 받느냐는 사장님의 말씀이,

나는 힘이 들 때면 내 불행이 가장 커 보이던데

이 분은 어찌 남의 사정이 보이실까 싶어

마음이 아프고 찡하고 미안하고 감사했다.

결국 내가 사정하듯 하며 임대료를 낮추고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우리의 배려를 당연시하지 않고 미안해하셨던

사장님 덕분에 남편과 나는 형편이 허락한다면

우리의 자산을 통해 타인의 성공을 지원하자는

초심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힘든 시기에 포기하지 않고 가게를 꾸려주시는

사장님 덕분에 내가 살고 있듯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와 생존을 통해

지지받고 성장한다.

우리의 지지대가 무너지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작은 노력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코로나에 신의 뜻이 있다면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일깨우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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