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 홈스쿨링

by HoA

학교에 가지 않는 제이미에게 매일매일

해야 할 미션을 순서대로 알림 노트에 적어두고

출근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지시하는 과제,

내가 따로 준비한 문제집,

영어와 독서를 합하면 분량이 꽤 되는지라

제이미는 아침 일찍 일어나 과제를

얼른 해두고 남은 시간을 티브이 보기나

블록, 팽이 등을 하며 오래오래 즐긴다.

아비 닮아 군말 없이 주어진 미션을 착실히 수행하되

어미 닮아 재미없는 건 대충인 제이미,

아니나 다를까 과제 점검을 하다 보니

빈틈 투성이다.

내가 제이미를 불러다 놓고

이런 식으로 대충대충 하면

엄마가 회사 끊고 제이미 옆에 딱 붙어서

감시하고 직접 가르칠 거라 엄포를 놓았더니

제발 그러지 말라며 스스로 열심히 해보겠단다.

집콕 스쿨링을 꽤 좋아하는

제이미 맘이 살짝 궁금하기도 해서

한 번만 더 대충 하면 엄마나 아빠

둘 중에 한 명이 회사 끊고 제이미

선생님이 될 수도 있는데

만약 그래야 한다면 엄마와 아빠 둘 중에

누가 낫겠는지 그것만 한번 대답해보라고 했다.

회사 다니는 것도 지겹기 짝이 없고

아이 학습도 걱정되던 차에 나를 선택해주리라

내심 기대도 했다.

게다가 제이미가 아빠는 엄마보다 훨씬 꼼꼼하고

완벽주의라 너무 피곤하다 볼멘소리를

종종 했기 때문에 은근히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웬걸, 정 그렇다면 아빠가 낫겠단다.

아이 대답에 어이가 없어 엄마랑 있는 게

완벽주의 아빠랑 공부하는 것보다 편할 텐데

왜 아빠를 선택했느냐 물었더니

"엄마가 아빠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거

아니었어요?"라고 대답한다.

내가 회사 다닌다고 아이 앞에서

생색을 너무 냈나 싶어

사실은 아빠랑 돈은 비슷하게 번다고

오해를 바로잡아 주긴 했지만

조심스레 키우던 백수생활의 염원이

좌절되어 내심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개인의 안위보다는 가계 경제를

우선 생각한 제이미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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