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자라서 아재가 된다

by 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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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맞은 우리 집 9세 어린이에게

뭐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게 있느냐 물었더니

곱창을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먹방 유투버의 영향으로

얼마 전엔 화분에서 알로에를 뜯어먹더니만

이번엔 곱창을 도전하고 싶단다.

이른 오전 남산 서울타워까지 산책을 하고

허기질 무렵 오발탄에 데려가 아들에게

인생 최초의 곱창 맛을 선보여주었다.

좀 어려운 음식이 아닐까 하는 우려와 달리

아이는 연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 쫄깃하다, 뽀득뽀득한 것이

소시지보다 낫다며 양밥에 된장찌개까지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아이는

아직까지 먹어본 것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내가 그간 얼마나 진귀한 요리를 자주 사 먹였거늘

한낫 곱창 따위에 한방에 잊힘이 사뭇

허무하기까지 했다.

육회 먹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얼마 전엔 자장파에서 짬뽕파로 노선을

변경한 것도 모자라

돌아오는 생일날에도 또 곱창 먹으러 가자는

우리 아드님,

한해 한해 지날수록 어깨가 벌어지고

뜨거운 국물을 후룩후룩 마시며 시원함을 느끼는

토종 한국인 아재 입맛에

가끔은 아빠보다 심각한 아재 개그를 구사하는

우리 집 상남자.

아들은 자라서 아재가 된다.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곱창이 깨우쳐 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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